오세아니아

호주] 필립 섬

askalai 2008. 5. 18. 15:36

멜번에서 차로 2시간쯤 걸리는 필립 섬. 호주에만 있는 특수한 펭귄 때문에 유명하단다. 키가 20센티쯤 되던가, 난쟁이 펭귄이라고도 하고 요정 펭귄이라고도 하는데 이 놈들이 낮에는 바닷속에 있다가 해가 지면 뭍으로 올라와서 어둠을 틈타 둥지에 숨어든다. 그리고 해뜰 무렵에 다시 포식자들을 피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경로. 이게 필립 섬에서 구경하기가 좋아서 관광지로 조성을 해놨다.

이건 따로 열차 타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1일 투어를 신청했다. B는 예전에 가보았다길래 혼자 가려 하였으나 하필 그때가 부활절 휴가철이라서 펭귄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정신만 없었다며 동참~ 와와~ 시내 그리스 음식점에서 원래 의도보다 더 거하게 점심을 먹고;

양 계산을 잘못해서 정말 거하게 먹었다;


1시 반에 투어 버스에 탑승. 가는 길에 이런저런 동물들을 보고 차도 마시고 일몰 무렵에 맞추어 해안으로 간다. 여기에서 호주 특산(?) 동물들을 제법 보았다.

일단 달리다가 차 마시러 들른 농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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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고 코알라도 보러 갔다.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이상을 자는 넘들이라 눈뜬 거 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원래 초식동물치고 성질 고운 놈 잘 없다지만 코알라 정말 한성질 한다 ~_~ 

아래 증거사진... 쿨쿨 자는 9마리와 겨우 깨어서 잎사귀 오물거리는 1마리 전부 목빠지게 높은 가지에 있어서 제대로 보질 못했는데, 포기하고 나가다가 딱 눈높이에서 자고 있는 코알라 한 쌍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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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저러는 거냐고 안내인에게 물어보았으나 그 여자도 '옆에 있는 놈이 자식인데 다 커서도 어미 곁을 안떠나서 그러는 것 같다'는 애매모호한 추측밖에 못내놓더라. 하긴, 둘이 붙어 자는 애들은 얘네밖에 없긴 했다.

또 달려서 바닷가로.  

바닷가... 이 섬은 펭귄 때문에 저녁엔 사람들 출입이 통제된다

바닷가 초원의 월러비. 사실 캥거루와 어떻게 다른 건지 잘 모르겠지만 :)

그리고 드디어 펭귄 전망대 도착. 시설 참 잘 만들어 놓았더라. 펭귄 생태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도 역력하고.

펭귄 떼를 바닷속에서 올라와서 둥지로 들어갈 때까지 실컷 보긴 했는데, 보호를 위하여 사진 촬영은 금지다. 물론 그래도 찍는 사람들은 있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건 할 것 없이... 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애들 한 무리가 대놓고 플래쉬 터트리며 사진을 찍더니 직원들이 다가오자 '에이 누가 사진을 찍고 그런대~ 우리가 의심받게~' 이러는 데에는 심히 마음 상했다. 펭귄 눈이 먼다는데도 사진 찍고 싶니? 찍어서 자랑하면 그렇게 뿌듯하겠니? -_-

그런데 바닷속에서 막 올라온 20센티짜리 펭귄들이 물 털고 있는 거 보면 펭귄이 아니라 고등어 같다는 거...

7시는 되어야 펭귄이 뭍으로 올라오다보니, 구경 다 하고 움직이면 벌써 8시, 9시다. 그제야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식사는 투어에 포함된 건 아니고 식당가에 데려다줄 뿐... 식당이 다 비싸기도 하고 그래서 피쉬&칩스를 먹어봤다. 아. 바라문디 튀김 느끼해서 죽는 줄 알았다!!! 정녕 이런 것을 고향 음식이라고 좋아하다니, 영국인이여... 간고등어 사랑하는 안동 사람 못지 않은 비애가 느껴지누나 ㅠ_ㅠ

성의 없는 여행기는 아직 한참 남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