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동남/태국

[태국] 아유타야 1

askalai 2003. 8. 4. 09:35

7월 14일.

이번 여행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이 세 군데 있는데, 그게 방콕의 카오산 로드와 아유타야, 그리고 앙코르였다. 보고 싶었던 만큼 이 세 가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았다. 아유타야를 당일치기로 바삐 돈 것은 조금 안타깝지만...

아침 일찍 채비를 갖추고 나서서 일단 첫날이니 숙소 아래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해결.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꽤 깔끔한 식단이 나온다. 토스트에 계란과 베이컨, 과일과 우유로 풍성하게 식사를 마치고 아유타야행 미니버스를 타러 갔다.

미니버스를 타고 한 시간? 한 시간 반? 아유타야의 거리가 보이자 갑자기 그때까지 졸고 있던 마음 한 구석이 깨어나면서 두근두근,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떠나기 전에 답답증이 머리끝까지 올라 있어서 그랬던지, 이 날 아침까지만 해도 상당히 무감각한 상태였다. 아무튼 오고 싶었던 곳이다. 차창 밖으로 끊임없이 스치는 무너진 유적들. 거리에 내려서서 걷는 것만으로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


멀리서 찍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 동네도 전기줄의 압박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수코타이 왕조 멸망 후 1350년부터 1767년 버마군의 침공까지 400여년간 이 나라를 지배했던 아유타야 왕조의 수도. 정식명칭은 프라나콘시아유타야(Phra Nakhon Si Ayutthaya)라고 한다. 아유타야를 다 돌자면 썽태우를 대절하든가 자전거를 빌려야 한다지만, 하루에 보고 가자니 중심부에 있는 몇 군데를 걸어다니면서 보고 그 다음에 썽태우로 외곽에 있는 유적에 가야 했다. 물론 코스는 철두철미 E양에게 일임(...)

날이 흐려서 걸어다니기에나 유적을 보기에나 나쁘지 않았다. 우선 왓 마하탓 - 혹은 왓 프라 마하탓.





입구에 있는 불두. 아유타야 유적들은 이렇게 불두 따로, 머리잘린 불상 따로인 경우가 많다. 모두 버마 군이 한 일이다.


물론 이런 불상의 경우는 복원된 것이지. 불상이 곱게 차려입은 저 깔끔한 노란 옷이 보이는가. 이날은 왕궁에서 에메랄드 불상의 옷을 갈아입히는 날(일년에 세 번), 다른 절에서도 모두 불상에 새 비단옷을 입히고 있었다. 어쩐지, 전날 물어보니 이 날만은 왕궁을 피하라더라. 아무튼 그 덕에 이 날 아유타야 유적지는 한 군데 빼고 모두 공짜였고, 부처님 옷 갈아입히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머리잘린 불상들이 죽 늘어서 있다.


여기에는 나무뿌리 속에 감싸인 유명한 불두가 있는데, 사진 세 장 찍은 게 다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패스.

왓 마하탓은 여러가지 면에서 아유타야의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지만, 탑은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허물어진 벽들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여유만 있다면 잔디밭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괜찮겠더군. 아무튼 슬금슬금 걸어나와 옆에 있는 왓 랏차나부라로 이동.


탑. 정말 옥수수 모양이로다. 가우디가 이쪽 동네를 보고 그런 교회를 지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안들 수 없다.


탑을 떠받치듯 모서리에 조각되어 있는 가루다(인도신화에서는 비슈누 신의 탈것. 불교로 넘어가서는 8부중의 하나로 들어간다. 수미산 아랫자락에 살면서 용을 잡아먹는다는 새)


탑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모습


탑 옆면의 부조


이게 무슨 나무인고...


아유타야 유적은 크메르 양식이라, (저 옥수수 탑이 대표적인 예지) 불교 사원인데도 힌두교의 상징이 많이 침투해 있다. 위에 찍은 가루다처럼 아예 불교에 받아들여진 상징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본래 장방형으로 벽을 두르고 인공 산처럼 올라가는 형태로 사원을 만드는 것이 힌두교 방식이라는 의미에서.

아무튼 다시 슬금슬금 한 블록을 걸어서 왓 프라 씨 싼펫으로 향했다.




왓 몽콘 보핏. 프라 씨 싼펫 바로 옆에 있다. 안에는


이런 왕자풍의 불상이 있다. 프라 몽콘 보핏이라 하더군.


비교적 한적했던 앞의 유적과 달리 여기는 사람도 북적북적. 앞에 노점상도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몽콘 보핏까지 보고는 조금 쉴 겸 점심을 먹었...던 것 같다. (프라 씨 싼펫까지 보고 먹었나? ...대충 넘어가자) 노점에서 파는 구운 닭과 봉지에 담아주는 찹쌀밥, 태국식 샐러드인 매콤한 쏨 땀을 먹었는데 태국에서 먹어본 음식 중 베스트 3 안에 들어가는 맛이었다! 안타깝게도 먹는 데 정신이 팔려서 사진은 안찍었지만 어차피 노점 음식은 사진발이 안받는 법이다. 아무튼 다시 생각나는 점심식사.

사진이 많으니 길군. 점심식사 이후는 다음 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