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 왕궁Grand Palace 1
태국은 현재 입헌군주국가지만, 상당히 최근까지 왕정을 유지해왔으며 국왕과 왕실에 대한 존경심이 아주 강하다. 방콕의 주요 도로는 역사상 중요한 왕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고, 곳곳에 선왕의 동상이나 기념비가 서 있으며, 대로 한가운데에 버젓이 거대한 국왕 초상화가 서 있고 그 앞을 지날 때엔 택시 운전사가 팔꿈치를 올리지 말라고 잔소리를 한다. 극장에선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모두 일어서서 현왕의 업적을 기록한 짧은 영화를 보아야 한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뭔가 무시무시하지만, 태국의 경우 왕실에 대한 존경심에는 단순한 세뇌 이상의 이유가 있기도 하다. 내가 맨 처음 태국에 관심을 가진 것도 치열했던 제국주의 시대에 오직 태국만이 식민지 경험을 피했다는, 그것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해냈던 태국의 국왕이 공헌한 바가 크다는 사실을 알고서였으니까 말이다. 실질적으로야 어떠했든(태국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니), 식민지가 된 적이 없다고 하는 역사가 주는 자부심은 만만치 않은 것인 듯 싶다.
아무튼 그래서 날짜는 7월 16일. S양과 G양은 다음 날 아침에 돌아가야 했고 그래서 계획상으로는 왕궁을 보고 왓 포와 왓 아룬까지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날 날씨는 엄청나게 좋았다. '엄청나게' 좋았다. 햇살이 어찌나 화창한지 조금만 쬐어도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다들 양산을 쓰고 다니는데 양산이 없어 시커먼 우산이라도 쓰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 돌아다니는 데 심히 무리가 있었다. -_-
아무튼 일단은 넷 다 전날 카오산에서 산 치마를 두르고 엄청 눈에 띄는 차림으로 왕궁으로 향했다. 반바지, 소매없는 옷, 발뒤꿈치가 드러나는 신발은 입장 금지! 다행히 입구에서 옷과 신발을 무료로 빌려준다.
가장 먼저 들어가는 곳이자 왕궁 안에서도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바로 왓 프라께우. 왕궁 내 사원이며, 번쩍이는 금탑과 에메랄드 불상(말이 에메랄드지 사실은 녹옥 불상이다)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층...이라고 해야 하나. 금탑이 있는 것이 위쪽 테라스이고 그 북쪽에 이런 건물들이 있다. 그리고 약간 사이를 두고 에메랄드 불상이 있는 본당이 있지.
기둥들. 이런 선을 무척 좋아한다. 너무 번쩍번쩍한 건 취향이 아니지만...의외로 이 건물들을 볼만하더군.
테라스 아래쪽 건물들. 분홍색 양산이 눈에 확 띈다. ^^
멀리서도 눈에 띄는 금탑. 정식 이름은 프라 시라타나 쩨디. 본래 인도에서 맨 처음 만들어진 불탑은 스투파라 했으나 동남 아시아 쪽에서는 이렇게 끝이 뾰족한 '쩨디'로 변했다.
바로 밑에서 올려찍은 탑. 하늘 색깔이 무시무시하다 ~_~
난간에 새겨진 나가(코브라 머리를 한 물의 신. 중국으로 넘어가서는 다른 민간신과 결합되어 용으로 재탄생(...))
역시 난간 머리의 나가. 왜 앞의 것은 사람 머리에 뱀이고 이건 용머리일까. 본래 신화에서 나가는 코브라 머리로, 나기니(여성형)은 사람 머리의 뱀으로 그려지는 것과 관계있지 않나 하는 추측을 해봤지만 진위 여부는 모르겠다. 어쨌든 양쪽 다 인도에서 그려지던 나가와는 사뭇 다르다. 하긴, 이미 18세기 작품이니 당연할지도?
뒤에 보이는 것은 탑을 떠받치고 있는 수호신. 전면에 있는 것은 아마도 가루다?
사원 옆으로 죽 늘어서 있는 색색의 모자이크 탑들.
온통 금박과 유리 모자이크 투성이라 햇빛이 반사되어 더 더운 것 같았다. 아무튼 앙코르 와트 모형과 대문에 박았던 코끼리 상, 부도 등등 자잘한 것들까지 한 바퀴 돌아보고 드디어 에메랄드 불상이 있다는 본당.
본당 내부에서는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다. 신을 벗고 들어갔는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불상은 머나먼 안쪽에 있었고 크기도 작았다. 나중에 나와서 줌으로 찍어보긴 했지만 제대로 안나오더라. 무척 정교한 불상임에는 확실하다. 그리고 이 날 불상이 입고있던 옷이 바로 전전날 우리가 아유타야를 돌 때 국왕이 손수 갈아입힌 우기용 옷. 세 가지 옷이 있는데 모두 금이다. (아참, 탑이나 건물들은 진짜 금이 아니라 금박이라는 건 사진만 봐도 알겠지만, 그래도 솔직히 금각사의 금박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돌이나 나무 쪽이 보기에는 좋지만 사진은 금박이 잘 나온다는 것도 재삼 확인...)
본당 옆 회랑. 공언했다시피 난 이런 선을 정말 좋아한다. 단청 추녀만은 못하지만...
아마도 같은 회랑. 벽을 중심으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견학(?)와 있었다.
왓 프라께우는 여기까지. 너무 덥기도 하고 해서 궁 내에 있다는 박물관을 찾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