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큐슈

사세보, 쿠쥬쿠시마 유람선

askalai 2015. 12. 18. 19:51

2015년 12월 9일. 나가사키에서 '시사이드 라이너' 기차를 타고 사세보로 이동 (약 1시간 40분)



전날밤만 해도 바로 사세보로 갈 생각은 아니었다. 낮에는 조금 실망했지만 야경이 좋았고, 성당이나 정원, 차이나타운 같은 곳을 좀 더 돌아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일어나서 마음이 달라졌다. 나가사키를 빨리 떠나는 게 좋겠다고 등을 밀어준 건 운나쁘게도 도미토리 숙소에서 겪을 수 있는 진상 3종 세트가 다 존재한 데다가, 심지어 그 정점... 바로 시끄러운 알람 맞춰놓고 혼자만 안깨는 사람까지 있었던 숙박. 세상에, 일본은 민폐끼치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는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진상은 나라를 가리지 않는구나. 


나가사키는 그만 됐다. 나중에 또 인연 있으면 인상을 바꿀 기회가 오겠지. 


나가사키역에서 빵 사들고 시사이드 라이너를 탔다. 이렇게 생긴 짧은 차량. 열차 이름 그대로, 중간에 바닷가를 끼고 달린다. 꽤 자주 다니니 시간표를 미리 검색해두지 않아도 그럭저럭 탈 만 하다. 





하우스텐보스를 지나고, 마지막에 사세보 도착. 


아무 정보없이 표를 끊었을 때는 그래도 어디서 들어봤으니 하우스텐보스에 가볼까 했는데, 나중에 정보를 보니 영 내 취향은 아니겠다 싶어서 통과했다. 어쨌든 사세보는 하우스텐보스에 갈 사람이 숙박하기에도 괜찮은 도시다. 


기차에서 내려서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날씨가 화창하다. 역 앞 비즈니스 호텔에 짐을 맡겨놓고, 관광안내소에 들어가서 정보를 구했다. 사세보에 오는 사람들은 보통 하우스텐보스에 가거나, 쿠쥬쿠시마에 가는 모양. 원래는 여기서 멀지 않은 아리타나 타케오 온천에 갈 마음이 있었으나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유람선도 괜찮겠지. 


유람선을 타려면 펄씨 리조트라는 곳으로 가야 한다. 하루 여섯 번 유람선 출발시간에 맞춰서 역 앞에서 직행하는 셔틀버스(240엔: 9시 35분, 10시 35분, 12시 35분, 13시 30분, 14시 30분, 15시 30분)도 다니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조금 비껴갔다. 안내소에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는데, 역 광장 건너편에 위치한 시영버스 정류장 6번에서 P2버스를 타고 펄씨리조트까지 갈 수 있다. 가격은 240엔으로 똑같은데, 다만 구불구불 사세보 시내를 지나 언덕을 넘어서 간다. 그렇게 가니 꽤 시골스러운 정류장도 지나고 해서 나는 오히려 더 좋았다. 거의 2, 30분에 한대 꼴로 다니는 듯. 


펄씨 리조트에 폴짝 내려서니 작지만 그림같은 만이 나온다. 









슬슬 구경하며 걷다보니 보이는 유람선. 이렇게 반짝반짝하게 칠해놨어도 무려 일본 최초의 모터 보트라고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각에 출발, 약 50분간 다도해를 일주하고 돌아온다. 가격은 1400엔.

가격 대비 매우 만족스러운 유람선이었다. 


원래는 펄퀸호와 미라이(미래)호, 두 척이 운항한다고 들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미라이밖에 없었다. 덤으로, 여름이면 해질녘에도 운항한다고 한다.  






쿠쥬쿠시마 - 九十九島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실제로는 208개의 섬이 흩어져 있다는, 일본 내 최대 다도해. 

성수기에는 한국 관광객도 꽤 타는 걸까. 유람선을 타고 가는 동안 일본어, 영어, 중국어에 이어 제대로 녹음된 한국어 설명이 흘러나온다.

하기는 큐슈 지방은 어디나 한국어 안내판, 설명서를 잘 갖춰두긴 했다. 레일패스에는 태국어 안내까지 추가했으니 놀랄 일도 아니겠지. 


이하 섬 사진들. 

이상하게 최근들어 바다에만 나가면 어둡게 찍는 경향이 생겨서 사진 절반은 실제보다 어둡다. 색보정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이것도 흥미로운지라 그냥 놓아두기로. 

선글래스 쓰고 본 풍경에 가깝다고 해두자. (제주도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날은 선글래스를 썼다) 














실제 풍경의 색채는 이하 사진들에 가까웠다.


















이 섬을 잠수함이라고 부른다는 말만 기억에 남는다. 



유람선을 내려서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족관 겸 해양박물관이 있다. 괜찮아 보이지만 이번에는 통과. 


펄씨리조트에는 이외에도 유명한 사세보 버거집 분점이나 아고라멘 분점 등이 있으니 식사 해결에도 괜찮을 듯. 



다시 돌아와서, 역 근처에 위치한 사세보의 세이신로만 성당(聖心天主堂).독특한 맛이 있다. 


201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