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실크로드

우룸치 천산천지

askalai 2015. 1. 15. 23:10


천지(天池)라고 하면 한국사람은 백두산 천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지만, 애초에 하늘호수라는 뜻이라 생각하면 여기저기 많이 붙는 이름일 터.

사실은 나도 이번에 알았는데, 백두산 천지와 천산 천지 말고도 다른 천지가 있다고 한다. 

백두산 천지가 가장 크고 높은 곳에 있고, 천산 산맥의 천지가 그 다음이고... 세번째는 어디인지 아직 찾지 못했다. 


우룸치에서도 100킬로미터 떨어진 해발 1980미터 봉우리에 위치한 이 호수를 찾으려니, 과장 좀 보태자면 거의 24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했다.

돈황산장에서 호텔차를 타고 돈황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간 다음, 낡고 담배냄새 지독한 미니버스를 타고 두 시간여를 달려 유원역에 도착, 

기차가 연착하는 바람에 유원역 대합실에서 추위에 떨며 네 시간을 기다리고, 추위에 떤 덕분에 침대차에서 곯아떨어져서 여덟 아홉 시간.

마침내 도착한 우룸치역에서 잠이 덜깬 채 어리바리 숙소로 가는 데 삼십여분. 

아침 먹고 씻고 한숨 돌린 후에 나가서 시내버스로 남교터미널까지 가서,15위안짜리 버스를 타고 또 한 시간. 

알고보니 이 계절에는 남교터미널에서 천산천지 바로 아래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서, 근처 소도시 버스터미널에 내려서 다시 15위안 내고 미니버스로 또 삼십여분.


그렇게 졸면서 겨우 도착한 천산천지 입구에선 직원들이 한가로움을 이기기 위해 실내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놀고 있었으니.

거기서 표를 사고, 셔틀을 타고 다시 삽십분을 산 위로 올라간다. 


구불구불 올라가는 산길엔 아직 잔설이 남아 있었다.











겨우 도착한 천지는 말도 못하게 추웠지만, 산 아래와는 달리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한줌밖에 안되는 관광객... 










너무 추워서 주차장에서 천지까지 오르내리는 게 한계였을 뿐, 트레킹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후회없이 좋았다. 

숙소 사장님 말씀으로는 천산천지는 별로라는 사람도 꽤 있다는데, 글쎄 사람 나름이겠지.

사람이 바글거리면 흥취가 떨어질 지도 모르겠네 :)


*


같은 방법으로 되짚어서 남교터미널까지 돌아가니 벌써 밖이 깜깜하다. 괜찮은 식당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무작정 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는데, 

여기 음식이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흡족한 하루가 되었다. 

남교터미널에서 길을 건너서 보이는 작은 초록색 간판, 반면(빤미엔)이라는 글자가 보이면 들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