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실크로드

돈황 명사산

askalai 2014. 12. 27. 17:20

애초에 이번 여행의 시발점이자 핵심은 돈황이었다. 

돈황에 가고 싶다로 출발해서, 돈황 가는 직항선이 없으니 서안에 가게 됐고, 가는 김에 실크로드를 타게 되고 그랬던 거지.


묘하게도, 꼭 가고 싶어서 찾은 곳은 늘 만족스럽더라. 심리적인 속임수인지 뭔지 ㅎ 

이번에 찾은 곳 중에서 가장 완벽한 기억으로 남은 여행지였다.


*


돈황(敦煌)은 한나라, 당나라 시절에 중국과 서역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핵심 도시였다. 

그래서 실크로드가 의미를 잃어버린 근대 몇백년을 제외하면 언제나 부유한 도시였던가보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오는 관광객으로 여유있는 예산을 벌고 있고... 

그래서일까, 서안은 물론이고 이후에 본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미적인 감각이 뛰어나고 세련됐다. 

서안이나 난주처럼 공업과 산업이 발전하는 상황도 아니고, 북쪽 신장 같은 긴장관계도 없다.

기차나 비행기 노선도 서안과 난주 정도를 제외하면 연결 지점이 없어, 묘하게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하지만 돈황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도시 자체보다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명사산과 막고굴일 터.


시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명사산(鳴砂山)- 

바람이 불면 고운 모래가 움직이는 소리가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악기소리 같기도 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는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차분하고 맑은 날이라 그 소리는 듣지 못했다. 


역시 운이 좋고도 나쁘게도, 워낙 비수기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명사산을 만끽할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즐기는 모래썰매를 탈 수 없기도 했다. 


어쨌든... 

눈 앞에 두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모래언덕을 보고 걸었으니, 구구한 소리 그만하고 사진이나 올리자. 












명사산 어느 언덕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돈황 시내






인증샷! 

나중에 보니 월아천 위 모래언덕에는 나무계단을 설치해서 오르기 어렵지 않겠던데...

난 별 생각없이 마음에 드는 모래언덕을 골라서 고생스럽게 올라갔다 ㅋ 

올라갈 땐 발이 푹푹 빠지지만, 내려갈 땐 쭉쭉 미끄러지는 재미가 상당했음. 동행은 무섭다고 빙 돌아서 내려갔지만.


(아참, 신발을 그냥 신고 다니면 고운 모래가 온 군데 다 들어가지 싶다. 

우린 15위안 내고 주홍색 보호신발을 착용했는데도 한동안 바지와 가방에서 흰 모래가 떨어졌으니...) 





월아천

오후 시간이라 그늘이 깊게 졌다.



수천년 동안 부는 모래바람 속에서도 마르지 않은 샘이라지만, 최근에는 급속도로 물이 줄어 다른 곳에서 퍼다 넣는단다. 조금 슬프다.



월아산장. 만든 지 20년밖에 안된 건물인데, 모래바람을 계속 맞아서 그런지 고풍스러운 느낌으로 변모했다. 

사실 사막에서는 이런 목조건물은 잘 짓지 않는다고... 



해가 떨어지니 급격히 추워진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걸어나가는 길

아침부터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이후 날씨를 생각하면 오후에 도착해서 바로 튀어가길 잘했다.



명사산에서 돈황산장 가는 길도 흥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