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상

부산나들이, 용궁사

askalai 2014. 11. 12. 09:45

2014년 11월 8일. 해동용궁사.


한국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절인 용궁사는 

부산 중심가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한 시간 반 정도는 가야 나오는 외곽에 있다. 


나도 바닷가 절벽 위에 자리잡은 사찰이라는 점이 궁금해서 일행을 끌고 찾아갔는데, 

나같은 생각으로 찾은 사람들에 그저 유명해서 찾은 사람들에 소원빌러 찾은 사람들까지 더하니 사람이 너무 많고, 

원래 큰 절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드니 절이 아니라 관광지,를 넘어서 그냥 장사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20년, 아니다 10년 전에만 갔어도 이 지경은 아니었으리라. 그때는 아마 호젓함도 있고 작은 절에 운치도 있었겠다. 

출입금지 지역에 쌓인 돌탑을 봐도 그렇고, 제법 오래된 느낌이 묻어나는 대웅전을 보아도 그렇다.




그래도 난 눈속임 사진을 잘 찍는다. 

가보면 절대 이런 느낌 아닙니다!! 특히나 주말에는!! 


예전에는 정말로 이런 느낌이었겠지.



그러나 지금은...


딱 봐도 만든 지 얼마 안된 싸구려 금칠의 배불뚝이 달마상과 드래곤볼에 나올 법한 용 조각상에 심미안이라곤 찾기 힘든 공장제 돌탑에 도무지 어디 양식인지 알 수 없는 돌다리를 보니 이게 한국 절인지 중국 절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게 또 어떤 면에서는 지금 시대를 한 눈에 보여주는 현대미술작품 같기도 하다.  




지장보살상이 많은데, 이것도 (금칠한 화상에 비하면 자연스럽지만) 그리 오래된 느낌은 아니라서 일본 영향인가 의심스럽더라.

그래도 지잘보살상은 늘 좋다.

동자승 인형들도 귀엽다.



그런데 동자승이 점점 늘어나니 귀엽지가 않고...

특히나 대부분이 '학업성취'를 매달고 있는 걸 보니 좀 무서워진다.



놓을 수 있는 모든 자리에 놓인 학업성취 동자승들이... 




재물복덕을 비는 금칠 달마상과 싸구려 용 조각상과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이 시대를 담는 장면이랄까; 

오른쪽 배경은 진짜 고색창연한 대웅전이라는 점이 화룡점정. 




뭐, 하도 만져서 코와 배가 시커매진 득남불 정도야 귀엽지 :)


한탄은 했지만 정말로 이 풍경이 꼭 형편없다고만 여기는 건 아니다. 미감은 괴롭지만 그 안에 담긴 시대상은 재미있달까...


심미안이라는 것 자체가 누구나에게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고,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재수없어하는 무엇일 수 있다는 것도 자각은 하는데, 

그래도 참... 아쉽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또 변할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