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멜라 수도원, 2012년 8월 10일
트라브존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는 수멜라 수도원이다.
트라브존 시에서 4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산속 절벽에 동굴을 파고 세웠다. 일반 버스는 없어서, 일종의 관광 버스처럼 운행하는 차를 타고 꼬부랑길을 열심히 올라가야 한다.
8월 10일, 같은 호텔에 묵은 다섯 명이 함께 움직였다.
처음 지어진 건 1500년쯤 전이라지만 이후에 이리저리 증축도 하고 마지막까지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으로. 오스만 제국 시절에도 이 수도원은 보호를 받았다는데...
정작 1920년대에 들어서서 급속히 황폐화되었다는 게 참 쓴웃음지을 일이다. 그래도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고, 최근 들어 열심히 복구중... 근처에 간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종교 상관없이.
이렇게 수도원이 보일 때쯤 잠시 차를 세워준다. 사진 찍으쇼라는 거지;
물론 차에서 내려서 바로 수도원은 아니고, 계단길을 올라야 한다. 한국에서 절을 찾을 때와 기분이 비슷하다.
환상같은 건축물. 사진도 합성처럼 나오지만, 눈앞에 보면서도 그림을 보는 기분이었다.
가까이 내려가면 구석구석 살림굴(!)도 있지만, 역시 프레스코 벽화가 남아 있는 곳에 사람이 제일 많이 몰린다.
현대에 와서 낙서와 훼손의 타격을... 입었다. 복구 중.
이런 낙서를 보면 한숨이 나면서, 동시에 이것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유물이 되고 고고학적인 증거가 된다는 아이러니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한국인 관광객이 새겨놓은 이름은 이 시기에 한국인이 여기까지 여행을 했다는 증거가 되는 거지.
딱 수멜라 수도원만 보고 트라브존으로 귀환.
돈을 모아 시장에서 파는 닭구이를 사고 볶음밥을 사고 채소를 자르고 구워서 만찬을 차렸다. 이 친구들과 같이 다니는 동안에는 정말 돈은 적게 들이고 먹기는 푸짐하게 먹었다는 :)
식사 후에는 다시 저녁 산책. 언덕 위는 전날에 가보았으니 흑해 바닷가를 한 번 걸어보기로.
흑해가 거친 바다라서 그런지 바닷가는 황량하지만, 산책은 즐거웠다.
흑해에 떨어지는 해.
이렇게 보면 정말로 '검은 바다' 같지만 실제로는 그냥 검푸른 색깔이다. 동해보다 조금 더 어두울까. 그런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