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 2012년 8월 5일
8월 5일에는 좀 더 멀리 돌기 위해 차로 움직이는 그린투어를 예약해서 움직였다.
역시 투어는 투어라, 차에 태워 딱딱 포인트에 데려다주고 가이드가 설명도 해주고 편안하게 많은 걸 전달받지만, 남는 기억은 적다.
제일 먼저 괴레메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포인트에 멈춘다. 악마의 눈이 주렁주렁 걸린 나무가 있다.
바위를 깎아 만든 셀리메 수도원. 전경을 담기에는 너무 모자란 카메라여서...
그리고 으흐랄라 계곡. 진짜 이런 이름이다. 이 밑으로 내려가서 잠시 걷는다.
사막은 아니지만 황야라고밖에 할 수 없는 풍경을 계속 보다가 계곡 아래로 내려가면 가득한 녹색이 눈부시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더 그랬겠지. 물과 나무가 있는 계곡. 괜히 어렸을 때 좋아한 '동굴의 여왕'이 생각나고.
계곡 입구쯤에 작은 성소가 있어 들여다본다. 벽화가 아직 잘 보존되어 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데린쿠유 지하도시에 들어갔는데, 지하인만큼 사진이 좋은 게 나오지 않았다. 사실 이 투어에서 제일 흥미진진한 코스인데 쩝;
한때 박해받던 기독교인들이 숨어살기 위해 만든 지하도시...라는 추측이 주류이기는 하나 역사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은 듯 하다.
최대 몇만명이 들어가는 공간에, 환기구며 화장실이며 없는 게 없다. 전체 구조는 미로같고, 다른 방도 다 재미있지만 임시묘지 같은 게 특히 흥미를 끈다.
관광 중심지만 다니다보니 크게 의식하지 못하지만, 라마단이었다. 이날 새벽에도 밤참을 먹으라고 사람들을 깨우는 소리가 바위마을에 요란하게 울려퍼져서 잠을 깼던 기억이 있었다.
가게를 지키는 사람들이야 낮잠을 자거나 무기력하게 시간을 버틴다지만, 낮 내내 떠들어야 하는 가이드는 어떻게 감당하는 걸까.
마침 물을 마시는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일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양해를 구하고 나중에 따로 라마단을 치른단다. 그렇게 할 수도 있구나.
하기는, 물도 못마시고 가이드 일을 한다는 건 너무 가혹하다.
다시 길을 떠나는 6일 아침. 이번에는 괴레메 숙소 테라스에 앉아서 사방에 떠오르는 열기구를 보았다.
나즐레, 안녕.
다음 목적지는 사프란볼루. 나야 아무것도 정해둔 게 없었지만 방양이 거길 꼭 보고 싶었다길래 오 그래? 좋은 곳인가보지? 하고 또 주섬주섬 따라나섰다.
방양은 그 후에 이스탄불로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그 다음 일은 그 다음에 생각하고.
아나톨리아 고원지대에 있는 괴레메에서 터키 북쪽 산골마을인 사프란볼루로 바로 가는 교통편은 없다. 일단 앙카라까지 간 다음에 갈아타야 했다. 거의 하루를 잡아먹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