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남유럽

말라가, 2012년 7월 13일

askalai 2013. 3. 18. 23:24

7월 12일, 베네치아를 떠난 비행기는 한밤중이 되어 스페인 말라가에 도착했다. 


사실 말라가(Malaga)라는 이름을 보면 대항해시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제일 중요한 항구 도시니까. 

실제로 가보니 바닷가 근처라서 그런지 스페인 남부 지방에 7월인데도 의외로 그다지 덥지 않았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 밤에 도착하면 평소보다 더 몸을 사리게 된다. 그래서 공항에서 택시로 갈 수 있는 거리의 호텔을 잡아두었다. 호텔에 일인실이라고 해도 베네치아의 호스텔 침대 하나 값보다 싸다는 데에서 조금이나마 물가 차이를 만끽하고, 아침 식사도 확실히 맛있어서 흐뭇...하기는 했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낮에 자고 밤 늦게 일어나 놀아서 그런가, 원래 워낙 활기차서 그런가, 밤이 늦도록 시끄럽더라. 심지어 같은 호텔에 스페인 고등학생들로 추정되는 단체 투숙(끄악)...  


그리고 여기에서 대형 삽질 하나, 알고 보니 말라가 시 쪽이 아니라 그 반대쪽에 있는 호텔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바로 숙소 주위를 산책하는 습관이 있는데, 13일에 일어나서 산책할 수 있는 곳은 말라가가 아니라 말라가의 위성도시, 바닷가 근처 휴양지였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겨우 하루 들러 가는 도시라면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삽질 둘. 이건 내가 한 삽질은 아니지만, 이미 카드로 결재까지 하고 들어간 거였는데 호텔 측에서 예약 확인이 안된다며 일단 돈을 다시 내고 가면 나중에 환불해준단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니. 옥신각신하고 인터넷 접속을 해서 예약 사이트에 항의하고 이 난리를 치다가 겨우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오전이 다 갔다. 


덕분에 스페인의 일 처리가 (한국인 기준에서는) 한없이 느리고 되는대로라는 사실을 알았지...



말라가 시내 외곽에 있는 성채



그놈의 일처리에 짜증이 나서 바로 그라나다로 달려갈까 했지만, 그래도 기왕 들른 도시인데 안보고 가자니 아깝다. 

그래서 생전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으로 시내 투어 버스를 타고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피카소 박물관 앞. 물론 안에도 들어가봤다. 말라가는 피카소의 고향이라, 이런 박물관 외에 생가도 있다. 




피카소 박물관 근처, 대성당 앞길




성당





그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말라가- 대도시이면서도 느긋하게 지내기에는 좋아 보이는 바람부는 항구, 2층 버스에 가끔 들이치던 빗방울, 

생각보다 넓고 텅 빈 길거리, 피카소. 



그리고 오후 늦게, 안달루시아 지방에 가보고 싶었던 제일 중요한 이유를 향해 달려갔다.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내륙 도시로. 

7월의 유럽은 해가 길고, 말라가에서 그라나다까지는 두 시간만 달리면 된다. 



말라가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길. 사진은 이렇게밖에 못찍었지만 안달루시아는 풍경이 참, 신기하다. 

스페인 풍경화가 사실주의 그림이었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