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파스타, 2012년 7월 12일
7월 12일. 역시 베네치아.
제목이 좀 거창한가?
베네치아 사흘째, 전날 밤에 숙소 주인과 숙소 동료(?)와 한 잔 하면서 추천받은 곳을 돌았다.
우선 관광객이 별로 없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공원과 공원 끝에 있는 갤러리 카페.
이 공원 근처는 베네치아에서도 신시가지라서, 비교적 최근에 지은 건물들이 있다. 그만큼 주민들이 살기 편하고 좋아 보이는 동네랄까.
공원 안 여기저기에 조각상이 있다.
공원 끝에 자리잡은 카페. 사진만 다시 보아도 마음이 푸근해지는데...
바다를 보면서 이탈리아 커피 한 잔... 이라는 폼도 잡아봤다.
커피 얘기가 나온 김에 말이지만, 발칸반도에 이어 베네치아에서도 아메리카노라든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는 먹을 수 없었다.
관광객이 워낙 많은 도시다보니 가끔 파는 집도 있기는 한 모양이지만... 이탈리아의 자존심일까. 나는 찾지 못했다.
어느 카페에선가 얼음커피를 애타게 찾으니 커피와 얼음을 함께 갈아서 만들어준 셰킷 커피인가 하는 임기응변 메뉴가 있기는 했어도;
아무튼 카페 내부에서는 이런 미술 전시가 이루어진다. 나에게 이 카페를 추천한 분은 그 해의 비엔날레 작품 정리를 볼 수 있었다던데, 계속 전시 내용이 바뀌는 모양이다.
그리고 다시 중심가로 돌아와서.
이런 예쁜 가게들을 구경하며 어슬렁 어슬렁 걸어서 리알토 다리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갔다.
사실 베네치아에서 사흘을 지내면서 별로 맛있는 걸 먹지 못했다.
대충 길거리에서 파는 조각 피자, 간단한 파니니 샌드위치 같은 걸로 끼니를 해결하고 새벽에 일어난 날 베네치아 시민들을 흉내내어 에스프레소와 빵 하나로 아침을 때우고... 그런 식이었지.
맛있는 걸 한 번은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싶기는 한데 괜히 그럴싸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 맛이 없으면 너무 억울하지 않나.
그러다가 전날 밤에 드디어 호스텔 주인의 아름다운 추천을 받았으니! "관광객 상대로 대충 하지 않는, 자부심이 살아 있는 베네치아 요리를 먹을 수 있다"지 뭔가!
그 정도 믿음가는 추천이 아니었다면 이 가격대에 도전해보진 못했을 거다. 소심해놔서 ㅎㅎ
아무튼 식사 시간을 살짝 비껴서 오후에 가게 착석.
레스토랑 내부... 워낙 애매한 시간에 가서 손님이 적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바깥 자리에 앉기도 하고.
천장을 따라 쭉 늘어선 접시들은 이탈리아의 수많은 도시들을 특색있게 그려놓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풀코스도 있고, 베네치아식 회는 어떤 건지도 궁금했지만... 양이 많지 않다보니 고민 끝에 제일 궁금했던 강력 추천 파스타를 먹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이름이... 음... 아무튼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가느다란 면으로 바닷가재와 새우가 들어간다(...)
탈리아텔레였나? 생각하고 검색해보니 어째 그것도 아닌 듯 싶고.
낮부터 와인도 한잔.
그리고 등장!
내가 이런 호들갑은 떨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로 이제까지 살면서 먹어본 가장 맛있는 파스타였다. 입안에 말아넣으면 감동이 느껴지는 음식 ㅠㅠ
파스타 한 그릇에 4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해보긴 처음인데, 그 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압도적인 맛이었습니다...
사실 맛있는 거 좋아하기는 해도 가격 대비를 심하게 따지는 사람이라서 그런 일 거의 없어요. 존대말이 절로 나오는 맛이었습니다 넙죽.
느긋하게 먹은 후에 그 감동을 간직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가방을 찾아들고 로마 광장 -> 셔틀버스로 공항까지 가서 저가항공인 라이언에어로 스페인 말라가를 향해...
사실 추천받은 곳은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커피집은 헤매다가 못찾고 포기했다. 그 유명한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커피집이 아니고...
역사도 깊지만 정통 베네치아식 커피라든가, 뭘 먹든 커피의 신세계라는 말에 혹해서 가보고 싶은 집이었는데... 언젠가 또 갈 일이 있을지 어떨지.
베네치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