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닉, 2012년 7월 7일
2012년 7월 6일-8일, 두브로브닉Dubrovnik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항구이자 한때 베네치아와 경쟁했던 해상 무역도시 두브로브닉의 별명은, 아드리아해의 진주다. 이제는 베네치아와 아드리아해 최고의 관광도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모양이다. 베네치아의 별명이 아드리아해의 여왕이라는 점에서 그 경쟁의 승부가 짐작이 간다는 슬픔이 있기는 하지만...
(구글 지도 붙임)
지도에 보다시피 모스타르에서 두브로브닉까지는 멀지 않다. 거리상으로는 150킬로미터 정도. 그러니까, 아무리 험한 산길이라 해도 자동차는 많지 않으니 2시간 반, 3시간이면 충분히 갈 줄 알았다. 그러나 발칸의 대중교통은 아직 전모를 드러내지 않았으니. 150킬로미터 버스길에 네 시간 반이 걸릴 줄이야. 특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크로아티아로 넘어가는 국경선에서의 이해할 수도 없고 짐작할 수도 없는 무한정 기다림 탓에, 두브로브닉에 겨우 도착했을 때는 또다시 파김치였다.
그렇게 해서 겨우 도착한 한낮의 두브로브닉은, 이제까지 시골 구석에 있다가 도회지에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깨끗하고 화려하고 휘황한 관광 도시.
구시가지(올드 타운) 내부에도 숙박업소는 있지만 비싸거나 이미 자리가 없는지라, 조금 떨어진 곳에 막 영업을 시작한 민박집으로 가서 짐부터 풀고, 뜨거운 햇빛을 피해 저녁이 다 되어서야 성채로 나갔다.
베네치아인들이 '님들아 우리가 잘 봐줄테니 우리 속국이 되셈. 석달 뒤에 오겠음' 하는 바람에 열받아서 화르륵 100일만에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지지만... 사실은 13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견고한 성채-_-;
보존 상태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지만, 물론 여기도 보스니아 내전 당시 폭격으로 70프로... 아니, 성채의 70프로는 아니고 지붕의 70프로가 파손되었던 과거가 있다 한다. 복원 솜씨도 훌륭하지만, 들어가서 돌아다녀보니 지금까지도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고 생활하고 물건을 파는 게 오히려 성을 잘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
성채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로. 여기는 평지지만 양옆으로 계단과 골목길을 반복하면서 층층이 올라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바다 쪽에서 보면 이렇다. 사진에 점점이 뿌려진 얼룩같은 건 저녁을 맞아 날아다니는 새들.
바다 쪽에서 보면 대략 이렇게 보인다. 항구로도 기능한다.
우선 대로 주변만 돌아보고 바로 성채 외곽으로 열심히 걸어가서 케이블카를 탔다. 싸지는 않지만 가격 대비 가치는 충분하다는 느낌.
야경을 실컷 보고 내려가서 광장 카페에서 해산물 샐러드와 와인으로 늦은 저녁... 사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발칸반도 여행에서 유난히 잘 먹기도 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두브로브닉과 스플릿에서 막 질렀더라(먼산) 그런 뜻에서 이 두 도시에서 먹은 해산물 폭격(?)은 따로 포스팅하련다.
시원하고 (조금 서툴긴 해도) 친절한 민박집 1층 방에서 잘 자고 일어나서 7월 7일도 하루 종일 두브로브닉 안을 돌아다녔다. 일단 별 정보가 없었던 전날과 달리 점찍어둔 추천집에서 점심을 잘 먹고 움직였다. 음식 사진은 나중에 올리고, 가게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한 장.
많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이런 식으로 골목길에 테이블을 놓고 장사를 한다. 우리가 간 가게 이름은 등잔에 써 있는데, 정말로 추천할 만한 집이었다. 흰살 생선과 문어 요리 둘 다 별미였음 -_-b
사실은 이 날에 두브로브닉 성벽 투어 (성벽 위로 올라가서 한 바퀴를 도는 프로그램)를 하려고 했는데, 낮 시간에는 너무 더워서 도무지 할 맛이 안나는 바람에 저녁 때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제 좀 할 만 하겠다 싶어서 올라갔더니 성벽 개방은 저녁 7시까지밖에 안하는 거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아놔 더워서 낮 동안엔 내내 바다에 들어가 있거나 자다가 밤 되면 나와서 노는 사람들이 왜 성벽투어는 땀 뻘뻘 흘리며 낮에 하는 건데?!
가격도 10유로나 하는데 돈 굳었다고 생각하자며 서로를 위로했지만, 그래도 거한 삽질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음 -_ㅜ
아무튼 그래서 나머지는 그냥 놀멘놀멘 돌아다닌 시가지 풍경
이런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여기저기에서 집 밖으로 내놓은 화분과 빨래대가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신기.
사진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성채 도시인 만큼 당연히 요충지마다 요새가 하나씩 있다.
아, 그렇다고 성벽에 아예 못올라간 건 아니고. 살짝 맛보기는 했음.
역시 지붕을 다 통일해 놓으니 단정한 느낌이 난다.
그리고 고양이...
여행지와 고양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 따로 해야 할까 보다;
음식 사진 따로
해산물 샐러드와 와인
흰살 생선... 정확히 무슨 생선이었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럽식 생선 요리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와장창 부숴주신 맛이었다.
토마토소스...문어.
문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진 한장 더! 이것도 굉장히 맛있었음. 근데 양이 많았다.
바닷가에 왔는데 먹어보자! 는 기분으로 지른 2인용 해산물 모듬. 맛있었고, 여행자치고는 큰 지출이었다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먹었을 때를 생각하면 싼 편이다...... 다만 역시 관광지인지라, 바닷가 시장까지 나갔다면 훨씬 질은 좋고 싸게 먹을 수도 있었을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