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남유럽
류블라냐, 2012년 6월 28일
askalai
2013. 2. 7. 11:48
2012년 6월 28일.
앞에 적었듯이 감옥방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은... 전혀 상쾌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일찍 일어나서 식당에 내려가 아침을 우적우적 먹고 나니 정신도 들고 기분이 좋아지더라.
저 운동화의 정체는 아직도 모르겠음. 설치미술인가-_-
광장에서...저 위에 보이는 게 류블라냐 성이다.
지은이와 털레털레 돌아다닌 류블라냐는 전날과 전혀 다른 도시처럼 좋았다. 아담하고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도시. 무엇보다도 여유로운 느낌이 나는 도시. 휴가 자체만으로 행복해하고, 여유를 만끽하고 싶어한 지은이는 느긋하게 카페에 앉아있고 싶어했다. 뭐, 둘이 여행 계획을 전혀 못짜기도 했고. 그래서 좀 돌아다니다가 삼중다리 밑에 있는 - 즉 강이 바로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책도 펴고 노트북도 꺼내어 놀았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에는 아이스커피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스카페'는 있다. 그걸 주문하자 에스프레소 위에 크림을 얹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물건이 나왔다. 시원하지도 않고 더럽게 달았다. 나중에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차가운 커피는 없냐고도 시도해봤지만 마찬가지. 그리고 크로아티아에는 아직 스타벅스도 없다. 별 생각없었다가 이때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서 가는 곳마다 찾았는데... 핫핫. 물론 아메리카노는 미국인이나 먹는 커피지. 암. 그렇고말고. 훌륭한 커피에 물을 왜 타나... 그치? ㅠㅠ
강 주위로 광장, 성당, 국립대학, 오페라극장 등이 다 모여 있다.
성당 문에 이런 조각이 새겨져 있어도 평화로움
성당 내부... 역시 독일보다 화려하다
그리고 대망의 식사! 이젠 친구와 같이 있으니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 하며 전통 슬로베니아 음식을 판다는 음식점 'Sokol'로 고고.
종업원들이 슬로베니아 전통의상-_- 같은 걸 입고 서빙을 해서... 이거 완전 관광객 후려먹는 음식점 아닌가 불안했지만! 서비스는 그냥 그랬고 음식은 좋았다.
다들 추천하던 버섯 스프... 영어로는 버섯 스프지만 사실은 굴라쉬가 아닐까 싶음.
평범한 생선구이지만, 역시 싱싱한 생선은 구워야 제맛이라는 게 내 지론이다. 쓸데없이 소스 요리 같은 거 하지 말구;
평범하지만 맛있다! 진짜 맛있어! 그런데 이렇게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 디저트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가 하면...
몇 시간 시내를 돌아다니고 다시 가서 저녁 대신 커피와 디저트만 먹었다.
파나코타. 원래는 이탈리아 디저트임... 눈물나게 맛있다...
그리고 이것이! 슬로베니아 특선 디저트 '지바니카'! 갈색이라 수수해 보이지만, 패스트리와 견과류를 층층이 쌓아서 오븐에 두 번인가 구워냈다는 물건... 짱 맛있음 ㅠㅠ
한낮은 꽤 더워서 별로 움직이지 않았는데, 해가 저물고 슬슬 걷다보니 류블라냐 사람들도 다 우리와 마찬가지라는 걸 알았다. 해가 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쏟아져나온다.
이제야 도시가 활기를 띠고, 강변에 있는 모든 식당과 카페에 사람이 들어찬다.
강변의 야경을 보니 그럴 만 했다.
(내 똑딱이는 야경을 잘 찍지 못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 사진보다 훨배 아름다웠다)
삼중다리에 사람들이 꾸역꾸역...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조용했지만, 워낙 안전한 느낌이 드는 도시라서 괜찮았다. 물론 하나도 헤매지 않았다면 더 괜찮았겠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셀리카 호스텔에 이틀 예약을 해둔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저녁 시간이 되자 작은 연주회가 열렸다. 1층 카페-식당에 여행객들이 모여서 북적이며 놀았다. 2층 욕실에 들어가자 금발 여자들이 거울에 바짝 붙어서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자기 키만한 배낭을 메고 다니면서 구두와 원피스는 꼭 챙겨다니는 여자들을 보면 늘 놀랍다. 쉬기보다는 놀기 좋은 숙소가 다 그렇듯, 새벽까지 간간히 시끌시끌한 음악소리와 웃음소리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