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남유럽
리예카, 2012년 6월 26일
askalai
2013. 2. 3. 20:51
6월 26일. 계속 리예카
전날 밤에 2차로 나가서 논 팀은 늦게까지 자는 모양이었고, 나는 일어나서 호스텔에서 준비해두는 가벼운 아침거리를 들고 나갔다.
어차피 시내는 작다. 버스를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갔다. 꼭대기에 반쯤 망가진 옛 성이 남아 있고(Trsat라는 이름이라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모르겠다. 트사트?), 근처에 바닷사람들을 보살피시는 성모 마리아 교회가 있다. 교황이 찾아왔다는 흔적도 있더라. 아니, 이 동네 출신 교황이었던가...?
아무튼 성은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교회도 그렇다.
기가 막히게 좋은 날씨라, 아침 일찍 움직이길 다행이었다. 해가 뜨면서부터 가파르게 온도가 올라갔으니 말이다.
작은 성이다. 사진 전시장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무료.
시내와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성 안에 커피숍이 하나 있다. 성곽을 한 바퀴 돌면서 풍경을 보고 나니 12시가 다 되어 더웠다. 더운 날이기는 해도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 위라 그런지, 커피숍 바깥 자리에 앉으니 견딜 만 했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3시간 정도 일을 했다. 유럽은 물을 그냥 주지 않는데, 크로아티아에서 기본 커피를 시키면 물을 같이 준다. 진해서 그런 걸까. 위치가 기가 막힌 데 비해 가격도 싸니 혹시 리예카에 갈 일이 있는 사람에겐 강력추천... (염장인가 이건)
오후 3시가 넘어가서 일을 접고 성을 나섰다. 어쩐지 아래까지 길이 있을 것 같아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저 엄청난 산동네는 우리네 산동네와 구조가 달랐다. 집 몇 채가 계단으로 이어져 있고, 끊어지고, 또 다른 집 몇 채가 상하 계단으로 이어지고, 끊어지고를 반복해서 내려가다가 막히면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해야 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이 구조를 다 기억하고 있는 건가. 결국 한참만에 포기하고 찻길까지 올라가서 큰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다가 버스를 탔다. 뭐, 늘 하는 짓이지만 집 구경을 가까이에서 했으니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시내에 돌아와서는 기어코 전날 문이 닫혀서 가지 못했던 식당 [Na Kantunu]에 갔다.
이렇게 찻길에 있지만, 그래도 멋진 식당이다
테라스 자리는 길 건너편에 있어서, 주위 경관이 이렇다... 남루한 곳인데 사진은 멋있다 ㅋ
메뉴판이 없고 그날 들어온 생선과 어패류를 보여주며 고르게 하는데, 뭐가 뭔지 몰라 어버버하고 있으니 예산을 말해보란다. 추천해 준다고. 감이 오지 않아서 10유로를 불렀더니 새우, 아니면 파란 생선, 아니면 빨간 생선 중에 고르란다. 파란 생선을 고르고 맥주를 한 병 시키고 테라스 자리에 앉았다.
알고 보니 파란 생선은 고등어 -_-;
흔한 고등어구이였지만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감자요리도 맛있었는데, 감자는 독일도 그렇고 엔간한 유럽 식당에선 다 잘 한 듯. 혼자 맥주와 함께 행복하게, 천천히 먹었다.
크로아티아에서 가본 도시 중에 아마 리예카가 제일 관광지같지 않은 도시일 게다. 그래서인지 리예카를 떠올리면 마음이 한없이 느긋해진다. 성 위에 있는 커피숍에서 일하던 시간이 그립다. 물론 저 식당도. 딱 한 번만 더 먹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을 때가 가장 좋을 때라고 생각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