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주
제주올레 14코스
askalai
2012. 10. 29. 20:19
2012년 10월 21일.
코스도 길고 가는 데 오래 걸리는 만큼 일찍 출발해서, 오전에 10킬로미터 지점까지는 갈 예정이었다. 코스 앞쪽이 주로 숲이라서 먹을 곳이 없고, 월령 선인장 자생지까지는 가야 선인장 국수집이 하나 나온다는 정보라...
겨우 도착한 선인장 마을 국수집. 문 닫았음 OTL
배가 고프니 많이 쉬지 않고 얼른 걷게 되더라 후후후 -_)
저지마을회관 - 소낭숲길 - 오시록헌 농로 - 굴렁진 숲길 - 무명천 산책길 - 월령 선인장 자생지 - 월령 포구 - 금능 포구- 금능 해수욕장 - 협재 포구 - 옹포 포구 -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 (총 19.3킬로)
(제주시에서 저지마을회관까지 서일주 버스로 약 1시간)
원래 가기 전 계획으로는 21일에 추자도에 갔다가 22일에 제주도로 돌아오려고 했다. 배 시간도 있고, 난이도도 있어서 추자도 올레는 하루에 다 돌기 어렵다는 정보 때문이다. 그런데 22일에 전국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떴다. 상황을 며칠 지켜보았지만 아무래도 비가 오기는 올 모양.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해에도 비바람 속에 올레길을 걷느라 고생한 기억이 떠오르는데 하물며 난이도 상에 배타고 들어가는 섬에서 비바람...? 그건 아니지!
해서 추자도는 내년으로 미루고, 22일에는 어디 관광이나 하고 영화를 보기로 계획 대폭 수정. 그러면 21일에는 어디로 가느냐? 어차피 추자도에 가면 14, 15코스를 건너뛰려고 했던 김에 16코스부터 20코스까지 갈까 하다가... 차라리 이번에 14, 15를 끝내고 내년에 19코스 이후와 추자도를 가는 게 좋겠다는 방향으로 결정.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
작년에는 질린다 싶었기에 올해도 건너뛰려 했던 것이지만, 계속 제주시 근처-북부에 며칠 있다가 서부로 내려가니 미묘하게 풍광과 느낌이 달라져서 좋더라.
저지오름을 보며 마을길을 걷고
그래서 간식을 먹으며 열심히 열심히 걸었는데.
할 수 없이 또 걸었다. 이제부턴 한층 풍광좋은 바닷가 길이다.
전에도 본 풍경 같지만 막 자란 백년초 선인장이 다름
캬 바다색깔 죽인다.협재 해수욕장 근처. 뒤에 보이는 섬은 비양도
아무튼 열심히 걸어서 협재 포구까지 진입! 식당이 있기에 눈물 흘리며 먹으러 갔는데.
이런 젠장...... 관광지처럼 보이는 해안 마을에서 식당에 막 들어가는 게 아니었나보다. 평생 사먹어본 밥 중에 최악으로 맛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놀라운 해물뚝배기를 먹고 말았다.
정말이지, 집에서 만든 된장으로 끓였다고 자랑하길래 들어가봤더니만, 어디서 말라 비틀어진 해물을 손질도 하다 말고 물에 퐁당퐁당 집어넣은 다음 집에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경이롭게 맛이 없는 된장을 반 스푼 정도 풀어서 10분 정도 끓여서 내놓은 듯한 해물뚝배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두둥. 게다가 밑반찬도 단 하나도 맛있는 게 없어! 심지어 막 해서 나온 밥까지 맛이 없어!! 심지어 2시 넘도록 밥을 못먹은 고픈 배에도 맛이 없어!!! 그 와중에 전복 좀 들어갔답시고 가격도 만원! 와 진짜 지금 다시 생각해도 피를 토하겠다. 여러분 협재 해수욕장 근처 송림 식당엔 절대로 가지 마세요 -_)
너무 맛없는 밥을 먹고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 앞에 있는 커피집에서 오랜만에 카페모카 한 잔 사먹으며 심신을 진정시키고.
우리를 안내해주는 개 덕분에 마음 좀 더 풀고
해서 생각보다 이른 4시경에 한림항 도착. 빰빰~
그러나 서일주버스가 학교 끝난 아이들을 꽉꽉 채우고 우리 앞을 지나쳐가는 바람에 두 대나 보내고 차를 타서, 결국 제주시 귀환은 여섯 시가 넘어서였다는 슬픈 결말.
아참. 그리고 너무나 맛없었던 점심 때문에 몸을 사리느라 저녁에는 작년에 갔던 현옥식당에 다시 갔다. 아아, 이 집의 삼천원짜리 정식도 송림의 만원짜리 밥보다 열 배는 맛있느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