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주

10코스 송악산

askalai 2011. 10. 13. 10:26
비행기를 타고, 내리고, 버스를 타고 또 갈아타고 모슬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마라도/가파도행 선착장 바로 앞에 있다는 게스트하우스 '잠'까지 걸어가서 짐을 놓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원래는 산방식당에 가려고 했지만 쉬크하신 '잠' 어머님의 말씀. "거기 여섯시면 문닫어. 수육은 네시면 끝나고."에 이어 "생선 괜찮아? 그럼 부두식당이 갈치조림을 잘하는데."

아 네에. 그래서 부두식당으로 갔다. 조림이 최고라 하니 비싸지만 갈치조림을 시키고...

3인분을 둘이서 먹는 짓을 하고 말았다... 커흑... (사진 뒤쪽에 늘어선 소주는 오직 한라산 뿐, '퍼런거'냐
허연거'냐가 있을 뿐이다)

밥 한 그릇 다 먹고 술마셔가면서 악착같이 다 먹고 나니 1년쯤 갈치조림은 보기도 싫을 지경이 되더라. 배가 너무 불러서 숙소 들어가서도 한참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책을 읽다가 수다를 떨다가 12시도 훌쩍 넘겨서 잤다.

9월 30일.

일어나기는 일찍 일어났고, 습관대로 전날 사둔 음료수와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때우고, 2년 전에 반밖에 돌지 못했던 10코스를 역방향으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비옷을 챙겨들고.

비바람과 역방향의 결합은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그나마 빗방울이라도 그칠 때까지 혼이 나가는 듯한 상태로 걸었고, 그 후에도 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뒤집어쓴 모자에 계속 뺨을 얻어맞고 있는 듯했고 계속 추웠다.

전과 달라진 공식적인 순/역방향 화살표와 하얀색 간세(파랑이 더 예쁜데!)


그래도 어찌어찌 점심때가 되기 전에 송악산 입산(?)!!



바다만 보면서 걷다가 길을 헤매어 한 바퀴 돌고, 겨우 전망대 앞 휴게소 도착


파전과 해물(합해서 만원). 그런데 사진에는 없지만 2천원짜리 라면이 더 맛있었다.

겨우 바람 좀 피하고 배를 채워 몸이 따뜻해진 다음에 다시 나갔지만, 여전히 추웠다.


그래도 오후가 오니 날이 개면서 이런 풍경이...


어쩐지 반지의 제왕이 떠오르는 풍경

송악산에서 터덜터덜 사계포구까지 갔을 때가 오후 3시쯤인가, 거리 탓이 아니라 오전에 날씨에 하도 시달린 탓에 지쳐버렸다.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1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그 자리에서 버스를 타려면 6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택시를 불렀다. 이번 여행중에 유일하게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간 날.

일찍 들어갔으니 다시 한 번 산방식당에 도전하려 했지만, 막 다녀왔다는 다른 투숙객의 조언에 따라 전화를 걸어보니 오늘도 이미 수육은 다 떨어졌단다.

그래서 홍성방이라는 중국집으로 갔고...

볶음밥은 너무 기름져서 우리 동네보다 못하다.

그러나 해물짬뽕에는 입이 떡...이게 짬뽕이라니!


이번에도 양이 너무 많았다. 배고파서 볶음밥을 깔끔하게 비웠더니 도저히 짬뽕을 다 먹을 수가 없더라. 해물만 열심히 건져먹고 항복.

이날도 배가 불러서 일찍 잠들지 못했다. 전날에 이어 계속해서 거실에서 술 한 잔??의 유혹이 들어왔지만 방에 틀어박혀서 책읽다가 취침.

참고로 먹은 음식 사진은 여기 올라가는 게 제일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