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본섬 서쪽-긴키, 주고쿠

일본2] 교토 - 아라시야마

askalai 2005. 3. 6. 17:21

2월 9일. 8시에 일어나서 전날 사둔 것들로 아침을 해결, 아라시야마嵐山로 향했다. 교토 북서쪽에 있는 이 산은 교토 사람들이 꼽는 명승지라고 한다. 나들이 겸 온천지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관광객, 특히 외국 관광객은 잘 모르거나 시간상 찾지 못하는 곳이라는 뜻. 아마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는 1일 버스카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할 것이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점심용 주먹밥을 사서 버스에 올랐다. 추가요금을 200엔인가 더 내고 40분쯤 걸렸나? 교토 시내는 우중충하니 흐렸는데 아라시야마에 내리고 보니 날이 너무나 화창했다. 게다가 곳곳에 꽃이 피어, E양과 "혹시 원래 이름이 하나아라시(花嵐) 산인 거 아냐?" 라는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


토게쯔교. 특별히 멋있는 다리는 아니지만 강이 넓어서 그런지 마음이 시원해진다.


길가 어느 가게 앞 오르골 인형


첫번째 목표는 텐류지(천룡사:天龍寺)다. 1339년에 건립된 절인데, 원래는 아라시야마 전체가 텐류지 경내에 속해 있을 만큼 규모가 컸다고 한다. 그러나 그 동안 이런저런 화재로 건물이며 문화재도 많이 소실되고, 규모도 줄어들었다.

...라고는 해도 여전히 큰 절이고, 너무나 관리를 잘하고 있다.


텐류지 앞, 작은 부속 건물들 중 하나. 이런 식으로 구획을 지은 작은 암자가 꽤 여럿이다.

이곳의 자랑은 호죠(方丈)라고 불리는 건물의 앞에 위치한 소오겐치 정원.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말 아름답다. 멋지다. 건물 앞에 쭉 벤치를 놓아 앉아서 찬찬히 감상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 그 풍경이 어떤가 하면...





이런 식인 것이다 ㅠ_ㅠ

아아, 정말 좋았다. 겨울(아니 초봄이라고 해야 하나 이 경우엔?)인데도 이러니 꽃이 피거나 단풍이 들면, 눈이 내리면 얼마나 멋있을까.

이 앞을 지나고 나면 경내를 한바퀴 돌 수 있는 산책길이다. 사실 그렇게 넓지는 않아서, 위쪽으로 올라가서 경내를 내려다보고 아래로 내려가서 평화관음상 분수(?)를 보고 기묘한 매화나무 두 그루를 양옆에 거느린 법당 등을 다 돌아보았어도 다리는 별로 아프지 않았다. 텐류지에서 불만이라고 할 만한 점은 딱 하나 뿐이다. 화장실이 입구 쪽에 하나밖에 없다는 것.



텐류지 북문으로 나가면 양옆으로 대나무 숲. 왼쪽으로 꺾으면 200미터 정도 이런 길이 이어지고 공원이 나온다. 그 공원 이름이...뭐였더라? 카메야마 공원. 아무튼 시간도 슬슬 점심때라 공원 전망대에서 주먹밥을 먹기로 했다.


공원에서 내려다본 강. 원래 아라시야마 하면 엄청나게 작고 귀여운 관광열차와 나룻배가 유명하다는데, 2월에는 둘 다 운행을 안한다. 물이 빠진 상태를 보니 이유는 알겠지만...-_- 아무튼 운행을 하고 있었다면 이 위치에서 관광열차도 배도 보였을 것이다.


공원에서 본 원숭이. 진짜로 길거리에 원숭이 무리가 나다니는 것을 보고 허걱했다. 일가족이 식사 중인지(...) 쬐끄만 녀석들이 우르르 나무에 매달려 있고 제일 큰 이놈이 밑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아서 빙 돌아 갔다(...)


다시 대나무숲길을 지나, 이번엔 텐류지 북문 오른쪽으로 고고. 텐류지를 빼면 그다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만큼 구미에 당기는 절이나 신사도 없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산책에 나섰다. 정말 한적하고 깨끗해서 산책할 맛이 나는 마을이었다. 가끔 맞닿뜨리는 인형가게들을 제외하면 구파발이나 서오능 쪽 어디 같기도 하고 ^^;





이리저리 걷다보니 사가노. 지도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정말 가깝더라. 아무튼 이쪽이 인형이 유명한지 유난히 인형 공방이 많이 보였다. 샛길에도, 조금 큰 길에도, 역 주변에도. 마당에 내놓은 인형들만 봐도 꽤 재미가 있었는데 어떤 집은 정말 안예쁜(...), 함지박만한 부엉이만 잔뜩 있기도 했다.

유감스러운 것은 "사가노 인형의 집"이 이날 문을 닫았더라는 것... 사실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걷다가 우연히 마주쳤지만, 굉장히 규모가 큰 데다가 유명한 곳인 듯 해서 입구를 찾아헤매며 기대를 잔뜩 했었단 말이다. 으흑 ㅠ_ㅠ


정처없이 걷다가 본 카구야히메 인형. 엄청 작다.


역시 정처없이 걷다가 본... 이건 이래뵈도 메뉴판이다.


아무튼 그렇게 계속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지도를 확인해보니 어느덧 세이료오지가 가깝다. 세이료오지를 보고 나면 다시 역쪽으로 내려가는 코스.



세이료오지... 안내서에는 입장료가 있는 것으로 쓰여 있지만, 경내는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고 본당만 따로 입장료를 받는다. 이때쯤에는 햇볕이 쨍쨍한 데다 제법 피곤해서 잠시 돌아보고 다리를 쉬었다. 여기도 매화가 꽃봉오리를 틔우고 있었다.

아참, 세이료오지에는 작게 중국풍 전각(?)도 하나 있었는데... 에... 호기심에 들여다보니 상당히 아스트랄한 곳이었다. 부처님인지 신선인지 모를 조각상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경문이 흘러나오는...;;

아무튼 이제 내려가는 길이다. 올라갈 때 텐류지로 빠졌기 때문에 그 위쪽 길을 못봤던지라 볼거리가 쏠쏠했다. 오르골박물관, 예쁜 까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설박물관, 음식점, 유명한 엔까 가수(이름이 뭐였더라? 미소라 히바리!) 기념관, 기념품점 등...


오르골박물관. 너무 비싸서 들어갈 엄두는 못냄

JR 역 앞 버스정류장까지 내려가서 크레뻬를 사먹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역시 산은 산인지 해가 일찍 기우나보다. 느낌은 저녁인데 시간은 아직 5시가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어쨌든 아라시야마 산책은 이것으로 끝. 크레뻬가 별로 맛이 없었던 것만 빼면 좋은 기억 뿐이다 >_<

버스를 타고 간 곳은 다시 교토역. 교토는 아라시야마보다 훨씬 음산했다. (어째서 산보다 분지가 더 음산하고 쓸쓸한 거지? 원래 그런 건가?)관광안내소를 찾아서 뭔가 물어볼 것들을 다 물어보고, 다음날은 히메지까지 나갈 테니 일찍 숙소에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니 바로 생각나는 것이 역 바로 옆에 이세탄 백화점이 있다는 사실! 저녁 시간이면 도시락을 싸게 팔지 않던가!

그래서 백화점 지하를 배회하며 고민끝에 산 도시락!


이건 E양이 고른, 중식 도시락.


이건 내가 고른 일식 도시락


위에 두 개 다 마지막 하나씩이었다. 5시 반쯤부터 세일이 시작되는데, 아무리 문닫는 시간이 남았어도 괜찮은 도시락은 빨리 없어지는 것 같았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숙소에 들어갔을 땐 배도 고프고 피곤했지만 겐마이차를 우려 마시며 맛있는 도시락을 먹으니 극락 극락~ 모든 면에서 퍼펙트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