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중앙/네팔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
askalai
2010. 12. 19. 19:53
11월 18일
세 시간 시차 덕분에 한국에서 자던 시간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새벽 6시. (한국이라면 9시) 할 수 없이 8시도 되기 전에 숙소를 나서서 아침을 때우고 슬렁슬렁 걷기 시작했다. 목표는 타멜 남쪽에 있는 더르바르 광장.
박따푸르에도, 빠딴에도 하나씩 있는 걸 보면 고유명사가 아닌 건 뻔하지만, '더르바르'는 궁정을 뜻한다고 한다. 요컨대 왕궁 앞 광장이다. 앞에 거론한 박따푸르나 빠딴도 한 때는 왕이 거주하던 도시이니 하나씩 더르바르 광장이 있는 것도 당연.
론리플래닛에 이리저리하게 따라가면 뭘 볼 수 있고 뭐도 볼 수 있고 나오지만... 그런 소리 다 소용없다. 대충 방향만 잡고, 복작거리는 시장통과 그 사이사이 솟아난 사원들을 구경해가며 느적느적 걸어가다가 한번씩 아무나 붙잡고 더르바르 어디? 물어보며 어영부영 도착.
사원 광장 겸 옛 왕궁으로 세계문화유산이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그저 동네 공원처럼 이용하고 있다. 사원 건물에 사람들이 그냥 올라가서 쉬고, 물건도 팔고, 시내 구경도 한다.
나도 제일 높은 사원에 올라가서 걸터앉아 보았지만, 별 감흥이 없이 덤덤하기만 했다. 앙코르와트 어느 사원 계단에 올라가서 멍때리고 놀던 기억만 난다. 세상에 앙코르와트만한 사원이 드물다지만 그 후에 갔어도 가슴 뛰게 좋은 사원이 없지는 않았는데... 내가 이전에 본 곳들이 너무 좋았는지, 여기가 대단치 않은 건지, 그냥 내 상태 문제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쿠마리(살아있는 소녀=신)가 거주하는 사원만큼은 상당히 흥미가 있었지만 축제가 아닌 이상 실물을 볼 수가 없다.
몇백년된 건물과 조각과 비둘기와 소와 사람과 오토바이가 뒤섞여 있다.
늘 그렇듯 길을 잘못 들어서 정면이 아니라 측면으로 들어가기는 했는데, 언제든 입장료를 낼 생각으로 어슬렁거리고 한참을 돌아다녔건만 아무도 나를 붙잡고 돈을 내라고 하지 않는다. 이제 그만 다른 곳으로 가야지 할 때쯤에야 구석에 조그맣게 만들어놓은 매표소를 발견했지만, 매표소 바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데도 여전히 아무 말들이 없다. 선글래스도 끼고 관광객 티를 내고 있다 생각했건만 아니었나보다;
스노우맨 까페를 찾아서 점심 삼아 케이크 한 조각 먹고 또 느적느적 아무 데로나 걸어갔다. 가다보니 저 멀리 이상한 탑이 보인다. 높은 건물이라고는 없는 카트만두다보니 저도 모르게 발이 그리로 향했다. 하얀 탑을 둘러싸고 꽃들이 화려하게 피었다.
론리에도 안나오고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전망대 역할을 하는 듯 해서 들어갔다. 영어 설명은 하나도 없지만 입장료 표시는 확실하다. 더르바르 광장 대신;이라 치고 내고 들어갔다.
탑에서 본 카트만두
예상대로 카트만두 전체가 보이지만, 공해 때문에 그리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는다. 척 보기에도 급하게 사람이 모여들어 불균형하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 좋다고 말하기에는 복잡한 생각이 들게 하는 전망인데, 묘하게 별로 낯설지가 않다. 전망대는 꼭대기 직전에 있고 꼭대기에서는 뭔가 빨간 가루를 뿌려놓고 축복 같은 걸 내려준다. 잠시 보다가 뭔가 결혼한 여자들이 주로 기원하는 곳인 듯한 눈치를 채고 그냥 나왔다.
(지금 찾아보니 이곳은 Dharahara, 또는 빔센 타워라고 하며 1832년에 지어진 9층짜리 탑이라 한다. 그러나 본래 건축 목적은 군사적이라고 하니 지금 그 꼭대기에서 하는 종교의식이 뭔지는 찾을 수가 없다...)
허위허위 타멜을 찾아 걸어갈 무렵에는 꽤 더워졌다. 하루 날씨가 여름부터 겨울까지 오간다. 아무래도 카트만두 안에 있는 유명한 사원을 찾기보다는 도시 바깥으로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이때 어렴풋이 했던가보다. 어차피 다음날 갈 곳은 다음날 일어나서 정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