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본섬 서쪽-긴키, 주고쿠

일본2] 히메지-아리마온천-고베

askalai 2005. 3. 13. 17:45

2월 10일.

사실 이날에 대해선 할 이야기가 많지 않다. 아리마온천을 제외하면 거의 예전에 갔던 곳에 다시 들른 셈인 데다가, 워낙 전철 안에 있던 시간이 길어서...

아무튼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시조 가와라마치에서 한큐 전차 특급을 타고 오사카 우메다 역으로 간 다음, 다시 한큐선을 타고 신카이치로 가서, 히메지로 가는 차를 탔다. 숙소에서부터 히메지 도착까지만 3시간 넘게 걸린 셈이다. 원래 히메지는 오사카에서 가기에 더 좋은 곳이라 어쩔 수 없다. 아침도 가는 길에 역 안 빵집에서 사먹었다.





일본 제일의 성 히메지... 역시 멋있긴 하다. 하늘이 맑았으면 더 멋지게 나왔으련만. 지난번과 거의 같은 코스였지만 겨울이라 좋은 점이 있긴 했다. 바깥은 그렇다치고 안에서 훨씬 느긋한 기분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 전에는 여름이라 천수각까지 올라가는 내내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복원을 새로 끝낸 건물이 있어서 그쪽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성은 밖에서 보는 게 최고지만 ^^

느긋하게 돌아보고 역으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었다. 사실은 역까지 걸어가다 도중에 어딘가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별로 눈에 띄는 곳이 없어서... 결국 역에 도착, 산요 백화점 지하로 내려갔다. 우리나라 백화점처럼 까페테리아가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간단하게 야끼소바와 타꼬야끼를 파는 집이 있었다. 이름은 '타꼬카이나'.

 




여기에서 먹은 야끼소바와 타꼬야끼. 야끼소바는 맛있었지만 타꼬야끼는 벳부 것보다 훨씬 못했다. 그리고 단골로 오는 동네 사람들은 거의 이 아래 놈을 먹고 있었다. 계란물로 만든 타꼬야끼랄까, '아까이시야끼'라고 하는 것 같던데... 1인분씩 오뎅국물에 찍어서 먹더라. 맛에 큰 차이야 없겠지만 이걸 먹어볼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약간.



어쨌거나 배도 채웠고 다시 부랴부랴 차에 올랐다. 다시 신카이치까지 가서 아리마구찌 역인가로 간 다음 다시 차를 갈아타고 아리마온천으로.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렸나보다.

그러나 정작 내려보니 아리마... 아리마온천은 정말 작은 마을이었다. 지난번에 아라시야마가 작고 아담해서 걷기 좋더라고 했지만 여기에 비하면 엄청나게 넓은 동네다. 일부러 지도도 제대로 안보고 걸어서 대충 다녔는데도 1시간이면 다 돌 정도;;



아리마온천에서 본 신사... 정말 작다; 하긴 동네 자체가 작으니. 사실 여긴 온천을 하러 갈 게 아니면 특별한 관광지는 아닌데, 어디선가 옛길이 좋다고 해서 보고 싶었다. 그러나 직접 가본 결과, 어설프게 새단장을 해놓아서 길이 전혀 예쁘지도 고풍스럽지도 않았다. ㅠ_ㅠ

하지만 재미는 있었다. 골목길을 우리와 비슷하게 헤매던 오사카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도 즐거웠고. (물론 난 거의 알아듣지 못하지만 꼬맹이가 할아버지와 같은 사투리에 같은 말투를 쓰는 게 너무 웃겼다;)

한바퀴 돌고 나서 사께만주를 하나씩 사들고 유명한 킹노유(金 온천- 킹노유와 銀 온천 -깅노유 두 곳이 유명하단다. 온천수 성분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앞에 있는 족욕탕에 발을 담갔다. 사께만주도 맛있었고, 족욕은 아주... 재미있었다. 약간 경사가 져서 네 칸 정도로 자리가 나뉘어 있는데, 맨 위 칸이 비었길래 바로 발을 담갔다가 앗뜨거!!

알고보니 맨 위칸에서 온천수가 나와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조금씩 식는 것이었다. 아하하.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아래로 내려갔는데, 새로운 사람이 오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게 정말 웃겼다. 서로 말도 안통하면서 비시시 웃어주고 ^^






사께만주. 파는 집이 바로 킹노유 위쪽이다.

그러고 놀다보니 벌써 해질 시간이다. 다시 차를 타고 고베로 향했다. 그 길에서였나 그 전이었나, 차 안에서 정말 아다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여학생을 보았다... 그것도 테니스를 치는지 라켓을 안고 사정없이 졸고 있는. 댑따 귀여웠다. E양과 둘이서 계속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나날이 식탐도 늘고 눈도 밝아진달까 -_- 그래도 도촬할 정도로 타락하진 않닸다 아직(...)

아무튼, 고베에선 차이나타운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야경만 본 다음에 돌아갈 작정이었다... 우선 E양이나 나나 예전에 고베에서 소위 "유명 맛집"의 만두를 먹었다가 열받은 기억이 있기도 하고 -_- (역시 가이드북은 믿을 게 못된다. 일본 사람들이 왜 줄서서 그집 만두를 사가는지 아직도 이해불능)... 내가 히메지가 그냥그랬다고 할 때마다 E양이 열을 올리며 변호했던 것과 조금은 비슷한 심리였을까. 나는 고베에 대한 기억이 좋았기 때문에...

뭐, 결과부터 말하자면 1승 1패. 히메지는 전보다 조금 좋아졌고, 고베는 전보다 조금 나빠졌다 ^^; 먹은 건 다 맛있었지만... 지난번에는 천천히 어두워지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차이나타운에 하나둘씩 불이 켜지던 그 느낌이 너무 좋았는데, 겨울 고베는 황량했다고나 할까. 뭐 지난번 기억은 지난번 기억이고 이번 기억은 이번 기억이고...



만두. 보통 한 개 150엔이다.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의 만두보다는 훨씬 작다. 아마 새우/닭꼬치와 작은 면 등을 같이 파는 이 거리의 성격 때문인 것 같다. 경험상 확실히 말할 수 있지만 고베 차이나타운(난낀마찌)에선 가게 들어가서 먹을 생각 말고 군것질거리로 배를 채우는 게 좋다.



라면집. 물론 만두도 당고도 판다. 가이드북마다 나와있는 유명한 만두집(절대 가지 말 것) 옆에 있다.





300엔짜리 작은 라멘. 사실 싼 것도 아니지만, 왠지 가볍게 먹을 수 있달까... 완탕라멘과 후쿠히레라멘. 각각 인기순위 3위와 1위란다.

그리고 야경을 보았다...포트타워에서.



역시 겨울 야경은 쓸쓸했다.

워낙 먼 거리를 움직이는 바람에, 그러고 바로 돌아갔는데도 숙소에 들어간 것은 11시. 바로 쓰러져 잤다. 다음날은 뵤도인과 긴카쿠지(은각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