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주

2코스 + 섭지코지

askalai 2010. 5. 9. 11:03
4월 30일 저녁에 성산읍 도착. 지하철+비행기+시외버스가 몇 시간 걷기보다 피곤하다. 쏠레에 짐을 풀고 충남식당에서 밥 먹고 성산일출봉 근처까지 산책한 후 들어가서 다음 날 대비.

간세와 간세


5월 1일. 주말에는 1코스와 우도에 사람이 많으리라 예상, 2코스와 3코스를 돌기로 했다.

전날 사둔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출발. 원래 1-3코스 시작점까지는 쏠레 사장님이 태워다 주시는데, 장이 선다는 날이라 그리 들르기로 했다. 아쉽게도 성산 5일장은 볼 게 없었다. 천혜향을 몇 알 사서 2코스 시작점 광치기해변까지 걸어갔다.  

2코스: 광치기해변-> 식산봉-> 고성윗마을-> 대수산봉-> 혼인지-> 온평포구. 총 17.2km


총평하자면 2코스가 이번에 걸은 네 코스 중에 가장 밋밋했다. 첫날 가길 잘한 듯 싶다. 남서부와 달리 말을 자주 보았다. 대수산봉 정상이 좋았다.

오조리마을에서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던지 10시경에 고성 도착. 7시도 되기 전에 먹은 빵은 이미 소화가 된 지라 일오반 식당에서 밥을 먹고, 호떡을 사들고 계속 걸었다.

1-3코스 어디에서나 보게 되는 성산일출봉


점심 무렵에는 대수산봉 도달. 정상 근처 화재감시 초소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먼 풍경을 보시던 아저씨가 반가워하시며 이 부근에 먹을 게 없어서 어쩌냐고, 컵라면이라도 끓여줄까 하시길래 미리 먹고 왔다고 답하고 호떡을 하나 드렸다. 올레꾼에게 얻어먹으니 더 맛있다고 웃으시더라. 덤으로 하나 더 받은 게 이렇게 쓰이니 계산이 딱 맞는구나.

산을 하나 올라갔다 내려왔더니 급피로가 몰려와 비틀거리며 걷다가 혼인지에 드러누워서 잠시 잤다. 친구는 눕지 못했다. 이럴 때 보면 내가 좀 뻔뻔하다(...)

혼인지부터 온평포구까지는 별 인상이 남지 않는 길. 오후 3시쯤에 종점 도착. 10시에 밥을 먹었다지만 간식으로 호떡을 먹었더니 배가 고프지 않다. 그대로 버스를 타고 섭지코지에 가기로 했는데, 휴게소에서 술 마시던 마을 분들에게 붙잡혀 (일루 와봐 일루 와봐~더 먹어 더 먹어~) 잔치고기를 몇 점 얻어먹고, 나가서는 또 자원봉사하시는 어르신들께 붙들려서 (섭지코지? 해안길 따라 쭉 걸어가면 돼! 한시간이면 가!) 버스를 타러 가지 못하고(아 그쪽이 아니라니까? 저쪽 저쪽!) 포장도로를 걷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택시를 불러 타는 사태가 벌어졌다-_-;


섭지코지는 관광지답게 사람이 들끓는다. 온종일 사람 없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우글우글한 데 떨어지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경치도 물빛깔도 외돌개보다 못하건만 사람까지 많다니 마이너스 50점. 등대를 넘어서 사람 없는 곳으로 가보니 그나마 좋긴 했으나 한 바퀴 빙 도느라 꽤 걸어버려서 체력 고갈. 숙소까지는 다시 택시를 타야 했다.

사람 없는 반대편에서


저녁은 김치찌개. 쏠레하우스는 방마다 전기주전자와 커피믹스, 메밀차를 넣어주신다. 메밀차를 마시며 먹는 감귤과자가 별미였다. 일찍 잠들었다.

추가. 감귤과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없던 물건인데, 제주도에서 만든 갖가지 초콜릿을 다 먹어보았지만 이만한 게 없었다.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추지 못해서인지 부서지기 쉬워서인지 공항판매 하지 않던데, 많은 것이 그러하듯 서울에서 살 수 있다. 곧 생협에도 들어오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