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kalai 2009. 12. 18. 12:02

12월 7일 월요일. 교토 외곽, 오오하라(大原)에 있는 산젠인(三千院) 산책.


8 - 9세기 창건. 설명을 찾아보니 황족들이 재산을 기부하고 주지를 맡는 절이란다.
나는 한자를 읽고 '우하하하 삼천원! 누구나 가슴속에 삼천원쯤은 있다지!' 하고 웃었지만-_-

그 고즈넉함과, 부처님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친구가 해마다 찾는다는 절이다.
친구의 작품 사진을 보고 '나도 데려가 다오!'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같이 가보게 됐다.

우선 교토까지 들어가서,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요금표를 보니 무려 760엔) 가야 하는지라
관광객은 별로 없다. 교토시내에 묵고 있다 해도 쓰루토 간사이 패스를 쓰는 편이 이득일 듯:)

버스 내려서 올라가는 길. 순무가 너무 예뻐서... 누구 말을 빌자면 "야채도 캐릭터화할 기세"...


들어가는 길이고 주위 어디고 나무가 참 좋은데,
눈이 내리기에는 이르고, 단풍은 절정을 조금 지난 시점이라 조금 스산하달까, 쓸쓸한 분위기다.
일단 내불전(아마도?)에 들어가서 삐그덕삐그덕 툇마루를 밟으며 한 바퀴.

잎은 떨어지고, 꽃이 피기는 먼.


어느 절이나 정원을 찾아도 볼 수 있는 물건이건만, 친구가 정작 일본 사람들에게 이름을 물으면
그냥 '아 그 물떨어지는 거?'라고 한다길래 놀랐다. 정말 이름이 없단 말인가? 이상하기도 하지.

툇마루에서 정원(有淸園)이 내다보이는데, 발이 시리지만 않았어도 한가로이
앉아서 감상할 만 했다. 친구 말로는 아예 겨울이 되면 난로를 꺼내놓아 이렇게 춥지는 않다고;

다시 신을 신고 걸어가면 더 아름다운 왕색극락원(국보인 아미타삼존상을 모심)과
그 너머로 이끼 정원.


이 정원에는 무척 오래된 이끼가 양탄자처럼 깔려 있고...
여기 저기 이끼에 덮힌 아기 불상들이 웃고 있다.

사진 실력이 모자라서 아쉽고나

내가 이런 아기불상을 을마나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지...

반대쪽에서 본 정원과 왕생극락원


이 사진이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금색부동당. 이 앞에는 금색부동차-_-를 시음할 수
있는 작은 전각이 있다. 차조기 잎을 우린 물에 금가루가 둥둥 뜬... 음. 맛은 형용하기 어렵고, 일단
따뜻해서 좋았다. 그러나 시음을 맡은 아주머니가 좀 무섭게 '선물로 사가셈!' 하니 주의.

여러 번 와본 친구는 두고 나 혼자 관음당에도 올라가 봤는데, 에... 여기는 새로 지은 건물인 듯.
시뻘겋게 칠해놔서 별로 취향에 맞지는 않더라. 옆에 줄지어선 2천 5백인지 3천구의 소관음상은
인상적이지만.

돌아서 내려가는 길에는 눈매가 서글하고 코가 뭉툭한 게 딱 우리네에게 친숙한 느낌이 드는
(그냥 비바람에 깎여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돌부처를 모신 전각도 있다.

내려오는 길. 단풍.


사진으로 그 느낌을 살리지 못해서 아쉽지만,
한 번 가본 덕분에 친구의 작품을 새로운 눈으로 감상하게 되니 좋구나.

사원과 나무를 좋아하고,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을 싫어한다면 강력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