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

호주] 열기구

askalai 2008. 7. 28. 23:35

앨리스 스프링스의 열기구 투어. 30분 비행에 황무지로 나가고 돌아오는 시간과 아침식사 시간을 다 합해도 5시간이 못되는 투어 가격이 2박 3일 물가 투어와 50달러밖에 차이가 안난다. 그렇지만, 그래도 시드니나 멜번의 열기구 투어보다 싸다. (고 한다. 여기서 일하던 사람 말로는)

그리고 사막이다.
열기구를 타고 보는 사막의 일출!
어쩐지 로망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게 아마 한 달 여행 중에 제일 사치스러운 짓이었을 것이다. 새벽에 픽업하는데 보니까 백팩커에 묵는 사람 중에 이 투어 하는 사람 나밖에 없더라. 대부분 호텔에서 나오고, 게다가 나 빼고는 주로 북유럽 사람들. 핫핫핫.

시내에서 한 시간쯤 달려서 아웃백으로 나가는데, 중간에 한 번씩 멈춰서 작은 풍선을 날리면서 바람 방향과 세기를 가늠한다. 어디서 뜨는 게 좋을지, 뜨면 어디로 날아갈지 계산하는 거다. 그렇게 계속 달려서 공터 도착. 다들 내리고, 풍선에 바람을 넣는다. 깜깜했는데 ISO를 왕창 높이고 찍었다.


다들 추워서 벌벌 떨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저만한 풍선에 바람 넣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린다. 우리가 타는 풍선은 8인승 바구니. 기사의 설명에 따르면 아직 비수기라서 이날 뜨는 풍선은 세 개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가 타는 8인승, 좀 떨어져서 뜨는 10인승, 그리고 신랑 신부 주례(아마도?)가 타는 4인승이 하나! 열기구를 타고 결혼이라, 멋졌다. 그 얘길 듣고 이쪽 바구니에서는 계속 '저기서 한 사람 떨어지는 거 아닐까요 ㅋㅋ' 이라고 농담을 계속했지만.

어쨌거나 출항!



하늘에 떠서 조금씩 날아가는데 딱 맞춰서 동쪽 하늘이 밝아왔다. 일출이다. 순식간에 주위가 환해진다.

...물론 사진에서 날고 있는 풍선은 다른 팀 ~_~

아래는 이렇고, 가끔 기지개 켜는(...) 캥거루도 뛰어간다.


우리 풍선 조종사... 얼굴은 안나왔으니 사생활 침해는 아닐 거라 믿는다(쿨럭)

사막은 아침저녁 그림자가 재미있다

원래는 30분 비행을 끊었는데, 생각보다 비행시간이 길다 싶었더니 한 시간을 날아갔다; 운이 좋았다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다가 모두 함께 발을 굴러서 퉁퉁~ 바닥에 안착. 서둘러 내려서, 아직 둥둥 떠오르는 바구니를 차 위로 옮긴다.

그 다음은 물론 풍선 접기!


손님들 모두 달려들어서 풍선을 눌렀다... 재미있었지만, 덕분에 사막에서 입지 않았던 바지마저 빨간 흙 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아하하.


풍선을 다 접고는 차에 올라서 룰룰랄라 시내로 달려갔다. 늦은 아침식사를 위해. 일설로는 예전에 (아직 비행기도 변변치 않던 시절에) 이거 타다가 죽는 사람이 꽤 있어서; 비행에 성공할 때마다 자축의 샴페인을 터뜨리던 게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한다.

샴페인 잔을 들고 셀카~


샴페인은 원없이 더 따라준다. 안주(?)는 구운 닭다리와 크래커, 치즈, 햄 키쉬, 과일, 커피와 케이크 등등. 조종사와 사장이 웨이터처럼 쟁반을 들고 서비스한다! 우웃!

나는야 가난한 배낭족; 분에 넘치는 사치를 부렸으므로... 열심히 먹었다;;

그나저나 옆 팀 부조종사가 Kim이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이더라만, 아니나다를까 한국인이었다. 그것도 호주에서 자란 사람도 아니고,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열기구 조종을 하고 싶어서 무작정 이 도시로 날아왔단다. 한국에서는 열기구가 홍보용으로밖에 안쓰여서 원하는 걸 할 수가 없었다고.

물론 나와 나눈 짧은 대화 중에도 호주 토박이들의 '믿을 수 없는 느긋함'에 대한 불평은 빠지지 않았다... 그쪽 팀은 조종사도 유럽 출신이라; 언제나 더 빨리 정리하고 도우러 간다나 ^^;

어쨌거나 배도 부르고 행복하게 숙소 귀가하니 아직 오전!!

빈둥거리다가 오후에는 시내에 나가서 미술관이나 좀 들여다보고, 물건 좀 사고, 저녁에는 스파게티 해먹고 술마셨다. 다음날은 멜번으로 귀환. 디링디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