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
호주] 물가 투어 2일-3일 : 울룰루
askalai
2008. 7. 17. 14:07
울룰루: 높이 348미터, 둘레 9.4 킬로미터, 길이 3.6킬로미터의 바위 한덩어리. 지하부분이 더 남아있다고 함.
일정 중에 울룰루에 가까이 간 건 총 네 번.
30일 오후, 울룰루 베이스 투어. 30일 저녁, 일몰.
5월 1일 새벽, 일출. 1일 아침, 2차 베이스 투어.
이렇게 써놓으면 꽤 본 것 같지만, 무지무지 아쉬웠다. 울룰루에 가면 꼭 한 번 안아보고 싶었는데(물론 내 품에 들어오는 크기는 아니지만), 눈 감고 손대고 있는 정도밖에 하지 못한 게 제일 아쉽다. 원래 계획대로 2박 3일 투어 끝내고 율랄라 리조트에 가서 1박 하고 한 번 더 봤어야 했다. 사실 리조트에 예약도 해둔 상태였건만, 감기 때문에 다 취소한 게 영 쓰라리다.
어쨌거나 울룰루 사진 모음. 엄청나게 큰 바위다보니,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에서 볼 때가 다르고 이쪽에서 볼 때 저쪽에서 볼 때가 다르다.
카타추타가 주로 남성들의 성지라면, 울룰루에는 여성들의 성지가 여러 군데 있었다. 그런 장소는 남자들이 보아서는 안되는 것이기에, 촬영 금지였다.
이런 벽화(?)도 남아있다. 에뮤 발자국으로 추정.
폭포 자국. 아래에는 귀중한 물웅덩이가 있지만, 이때는 말라 있었다.
여행 하이라이트가 대개 그렇지만, 이렇게 크고 엄청난 풍경은 절대 실물에 미치지 못한다. 내 사진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라, 유명한 사진작가가 찍은 작품을 보아도 그렇다.
가이드의 설명을 곁들인 1차 베이스워크 후에 일몰을 보러 적당한 곳으로 달려간다. 저녁도 여기에서 해결.
가는 길
안타깝게도 구름이 많아서 지는 해를 받은 울룰루를 충분히 감상하지는 못했다.
어쨌거나 저녁 먹고 맥주 마시면서 일몰을 감상해 주시고, 다시 허허벌판에 야영하러 갔다. 돈을 내고 율랄라 리조트 안에 있는 캠핑장에 들어간다면 화장실도 샤워실도 쓸 수 있겠지만, 가난한 투어라 그런 건 물론 없고 :)
깜박하고 안썼는데 맥주는 박스로 사서 차에 쟁여두고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가 먹을 만큼 맥주캔 값을 내고 얼음값을 더해서 시원하게 저장. 그 맥주, 이 날 일몰부터 밤까지 해서 거의 다 마셨다. 다들 고생 좀 하고나니 친근해지기도 했고, 캠프파이어에서도 더 길게 놀았다. 아이앰그라운드와 거의 비슷한 'what the fu***** name' 게임도 하고.
그러나 역시 보통 한국 사람들이 캠프파이어 하는 식으로 놀지는 않더라;; 일단 술 마시는 양이 너무 차이가...;; 같이 다닌 소년 G와 멀거니 애들 노는 걸 보다가 문득 말했다. '쟤넨 우리보고 점잖은 척 하는 동양인이라고 생각하겠지...' 아니 물론 난 실제로도 점잖고 잘 놀 줄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걔네보다 술은 많이 마신다...고...;;
자, 문제는 그 다음날 아침.
원래는 5월 1일에도 전날 못지 않게 일찍 일어나야 했다. 전날 일몰을 제대로 못봤으니 일출을 놓칠 수 없기도 했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그런데 가이드가 늦잠을 잤다. 당연히 우리 모두 늦잠을 잤다;; 일어나서 아무것도 안하고 미친 듯이 차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서 가까스로 일출에 맞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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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일출을 보고 기진맥진 2차 베이스 워크. 실은 등반이냐 베이스 워크냐를 두고 전날도 다른 사람들과 입씨름을 좀 했다.
나는 전날부터 울룰루 등반은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위험해서는 아니고 아난구 부족에게 울룰루는 지극히 중요한 일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는 성지라는 말 때문에.
(물론 가이드가 사람들에게 가급적이면 올라가지 말 것을 권유하는 이유 중에는 위험하다는 것도 있다. 울룰루에 올라가는 길은 현대에 만든 것이 아니라 이 동네 아난구 부족이 옛날부터 이용하던 길이고, 보다시피 산이 아니라 그냥 바위덩어리이기 때문에 미끄러지면 그냥 떨어져 죽는 거다. 이제까지 그렇게 떨어져 죽은 사람도 몇 명 있다는 듯)
어차피 올라갈 사람은 가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안 가면 그만이었지만 내가 등반은 안하겠다고 하자 징홍과 G가 왜 안가냐고 같이 가자고 설득하기 시작해서 오가는 말이 길어졌더랬다. 심지어 '국립공원 입장료의 절반은 원주민들에게 간다, 그러니 우린 정당한 값을 치르고 올라가는 것'이란 말까지 듣고;; (이건 현재 이 땅은 정부가 원주민에게서 '대여'한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저기 올라가볼 기회가 유혹적이지 않았던 건 아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5월 1일 오전. 바람이 심해서 등반 코스가 폐쇄됨에 따라 전날밤에 한 이야기는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판명... 하하하.
다른 거 떠나서 가이드 모두가 아난구 부족의 뜻을 숙지하고, 관광객들에게 반복해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그래도 최대한 부족민을 존중하려 하는 게 참 좋아보였다. 박해는 박해대로 다 하고 성소도 이미 관광 명소로 만들어둔 뒤에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냐고 할 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이 정도로 보상하려 하고 성의를 다 하는 나라가 어디 흔한가.
2차 베이스 워크 코스는 전날보다 나무가 많고 온화했다. 대신 파리도 많았다. 한여름(여기의 겨울쯤)에는 파리가 너무 많아서 얼굴에 파리망을 뒤집어쓰고 다녀야 한다던데, 다행히 내가 간 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을 때라 견딜 만은 했다.
어쨌거나 그렇게 걷고 나서 해가 더 뜨거워질 때쯤 아침 먹고 철수. 허둥지둥 버려두고 온 야영장에 돌아가서 마저 정리하고, 앨리스 스프링스로 출발.
중간에는 사막에 하얗게 깔린 소금 호수를 봐주고...
바닷물을 품고 융기한 후 거의 비가 오지 않아서 마른 것. 티벳에도 비슷한 호수가 있다.
졸다 깨다 하면서 앨리스 스프링스 도착. 일단 샤워부터 징하게 해주고 ^^; 못쓰게 된 바지 버리고, 세탁하고... 등등의 일을 하고 술 한잔 하고 일찍 잤다. 다음 날도 4시 반에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다음날은 물가 투어로 아낀 돈을 다 쏟아부어 열기구 타러 슝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