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번 도착
인천->홍콩 비행 약 3시간. 홍콩->멜번 비행 약 8시간.
인천에서 4월 9일 오후에 출발(투표도 하고 나갔다 아하하하하), 멜번에는 10일 오전에 내려선다. 이젠 3시간 비행도 쉽지 않다. 게다가 이유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여행 가기 전에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잤다. 기내 프로그램 중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있길래 좋아하며 틀어보았지만 전혀 집중이 안되는 데다가 헤드폰을 써도 비행기 소음이 크게 들렸다. 30분쯤 보고 포기. 그나마 홍콩 공항에 내려서 기다리는 사이에 조금 나아져서 다시 콴타스 항공 탑승. 옆자리가 비어 있어 그나마 잘 만 했다.
멜번, 오전 8시 도착. 늘 그렇듯 공항에 내려서 어리버리하게 두리번거리다가 시내로 연결되는 공항버스(스카이 버스)를 타러 갔다. 시내까지 20분밖에 안걸리는데 값은 서울 들어가는 공항버스의 2배다. 과연 호주 물가.
멜번 시내를 향해 달려가는 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제일 먼저 받은 느낌:시골스럽다!
진짜 시골 소도시 같다. 물론 깨끗하고 시설 좋은 소도시... 평화롭다. 한가롭다. 그리고 물론 주위 땅은 평평하다. 하늘은 이상하게 낮은 느낌이다. 덤으로 나무는 이상하게 색이 바랬다. (나중에 B에게 가뭄이 길었다고 듣긴 했지만...)
공항 버스는 이 곳으로 이어진다. 스펜서 역, 또는 남십자(서던 크로스) 역이다. 사진 위에 보이는 거미줄; 은 트램 선이다. 멜번은 드물게 도시(교외까지 포함하여) 전역이 트램으로 연결되어 있다.
B와 여기에서 만나기로 한 줄 알고 전화를 걸었는데 정작 B는 공항에 가 있었다.
기다려서 겨우 합류. 일단 짐을 끌고 트램을 타고 B의 집으로 향했다. 오전에 도착했으니 시내를 둘러볼 법도 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위에 썼듯이 이젠 3시간 8시간 비행도 벅차다. 쉬어줘야 한다-_- 하여 약간 교외에 있는 B의 집에 도착하여 짐 풀고 집 구경하고 점심 먹고 낮잠을 잤다(...)
일어나서, 오후 내내 집에서 빈둥거리자니 좀 민망한지라 5분 거리에 있는 라 트로브 대학 산책.
빅토리아 초대 총독 라트로브 동상. 거꾸로 찍은 거 아니다;
어쩐지 이 동네 사람들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듯한 동상.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대체로 호주사람들은 권위와 상하관계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한다. 모두가 평등하다. 덕분에 서비스업은 그리 훌륭하지 않다(몹시 완곡한 표현이다). '고객님' 이딴 거 없다. 당연히 팁도 없다. 나름 친절하기는 한데 느낌이 다르다. 여기에 호주 사람들의 한없는 느긋함이 결합되면... 투어 예약하는 데 30분씩 걸리고 음료수 하나 계산하는데 5분이 넘게 걸리며 가구 하나 들이는 데 2주가 걸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게다. 흐흐. 나도 느린 거 좋아하지만; 역시 한국에 적응되어 그런지 답답할 때가 꽤 있었다.
라트로브 대학 안에서
내친 김에 멜번의 특징도 한 가지. 호주에서 가장 영국풍인 동시에, 정말 다국적 다문화 도시다. 시내건 교외건 온갖 피부빛을 한꺼번에 볼 수 있고 사용하는 언어도 엄청나게 다양하다. 버스나 트램에만 앉아있어도 앞뒤옆에서 영어, 중국어, 한국어, 힌디어, 베트남어 등이 동시에 들린다. 옷차림도 그렇고, 음식점도 한꺼번에 여러 종류가 늘어서 있다. 별 위화감이 없다. 호주가 원래 이민자의 나라라지만 나중에 보니 시드니나 애들레이드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더라. (레드 센터쯤 가면 신규 이민자는 거의 없고)
덤으로 멜번(이 속한 빅토리아주)은 태즈매니아와 함께, 호주에서 겨울에 제일 추워지는 동네이기도 하다... 내가 있는 동안에는 정말 운좋게 날씨가 좋았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쌀쌀했다.
10일은 그렇게 지나가고... 아, 물론 오랜만에 만났으니 B와 술은 한 잔 했지 ㅁㅅ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