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라

완도] 정도리

askalai 2007. 8. 26. 11:42
서울에서 완도까지 직행버스는 하루에 네 번. 오전에 두 대, 오후에 두 대가 있다. 물론 70년대까지는 배를 타야 갈 수 있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강진에서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휴게소에서 보내는 15-25분을 포함하여 5시간 40분.
 
8월 22일. 고속터미널 호남선에서 오전 10시 차를 타고 내려가니 도착 시간 4시. 아직도 무섭게 해가 이글거리고 있다. 버스터미널에서 여객선터미널(제주 가는 배가 있기 때문에 이쪽이 완도에서 가장 번화하다) 쪽으로 이동, 숙소를 잡았다. 부근에 사는 ㅈ이와의 저녁약속은 7시. 남는 시간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정도리 구계등에 가보기로 결정.

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도무지 타고 다니지 않는가보다.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너무 지친 터라 택시를 타고 구계등까지 갔다. 택시 아저씨는 구계등이란 이름이 자갈이 아홉 층 계단같이 쌓여있어 붙은 거라 하셨으나 나중에 보니 명확한 유래는 모른단다.



물이 들지 않는 갯돌 위에 주저앉으니 일부러 달궈놓은 것처럼 따끈따끈하다. 멍하니 앉아서 물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갯돌 사이로 잘그락잘그락 물빠지는 소리가 유난히 좋다. 돌도 너무 예뻐서 하나 주워오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실 갯돌을 주워가지 말라는 호소문만 없었어도 집어왔을 것 같다) 주위 산책로를 조금 돌아보다가 슬슬 돌아가려고 버스를 찾아 나와서 기다리는데 퇴근하던 국립공원관리원이 차를 세우고 읍내까지 가는 거면 태워다주겠단다. 주춤하다가 얻어탔다. 경상도 출신이라는데 완도까지 발령을 받았단다;

아무튼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읍내에 도착.

중앙리에서는 앞에 작은 섬 주도가 보인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섬은 아니다.


시장 구경도 하고 필요한 물건 이것저것 사서 숙소에 넣어놓고 ㅈ이와 랑데뷰. ㅈ이가 사준 맛있는 농어회를 먹고 바닷가 길을 따라 30분쯤 산책하고 숙소 들어가서 취침. 더웠다. 완도는 3주 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단다. 게다가 주말까지도 쭉 비소식이 없다니, 여행 다니기에 좋다고는 하지만(비가 오면 다른 섬으로 가기가 힘들어지니) 조금도 식지 않고 온도가 가파르게 오르기만 한 느낌이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