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중앙/티벳
티베트] 남쵸 1
askalai
2007. 9. 10. 23:38
대망의 7월 13일. 김치찌개를 끓였다며 한 술 뜨고 가라는 창원 아주머니의 만류에 붙들려 밥을 반 공기 먹고 출발했다. 결과적으로 그러길 참으로 잘했다는... 어쨌거나 가방을 지고 시내로 나가서 ㅁㅈ, ㅈ (여)두 사람과 합류. 조금 후에 ㅎㄱ와 ㅈㅊ(남) 합류. 원래는 만나서 아침을 먹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그냥 과일과 빵으로 때우기로 하고 출발. 날이 흐렸다.
티벳 사람들의 주식인 보리가 파랗게 자라고 있다.
라싸를 벗어나니 깨끗하고 시원해진다. 라싸에서 남쵸까지는 차로 4시간. 우리가 계약한 일정은 가는 길에 출푸사원에 들르고, 오는 길에 양파첸 온천에 들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탈 때부터 눈밑이 거무죽죽하니 전날 밤 술마시며 샌 거 아닌가 싶은 안색으로 사람을 불안하게 하던 기사 아저씨, 출푸 사원 가는 길을 지나쳤다면서 그냥 양파첸에 들르잔다. 그나마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ㅈㅊ을 시켜서 물어보지 않았으면 곧장 남쵸로 갈 뻔 했다. 한 철 벌이가 큰 랜드크루즈(진짜 랜드크루즈는 아니지만 이 동네에선 사륜구동을 통칭해서 이렇게 부름) 기사들이 술과 도박에 빠지는 일이 많다더니, 암만 봐도 얼른 남쵸에 가서 자고 싶은 듯 했다.
그런 아저씨 덕에 졸지에 양파첸 온천부터 들렀다. 온천은 그냥 따뜻한 수영장이었다. 그리고 사방에 건물을 짓고 있어서 모처럼 노천인데도 아무런 멋이 없었다. 1년만 지나면 그 자리에 번듯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지금보다 편해지겠지만, 여전히 멋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여자 셋은 수영복을 챙겨가지 않았기에 밖에서 놀고, 남자 둘만 열심히 수영. 1시간쯤 후에 정리하고 다시 출발. 날은 계속 흐리고 간간이 비가 뿌린다. 바람이 추울 정도로 거세다. 황야에 뻗은 길을 줄창 달려간다. 기사는 똑같은 노래 테이프를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다. 어느 중국인이 부른 노래가 특히 귀에 들어온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그 노랫가락이 귓가에 맴돈다.
휴게소가 있는 곳이 가까워오자 멀리서부터 아이들이 달려온다...
손을 내미는 아이들에게 복숭아를 한 개씩 쥐어주었다. 돈을 달라고 다시 손을 내밀지만, 주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행 중 ㅎㄱ는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1위안씩을 쥐어준 모양이었다.
그리고 처음 본 남쵸는...그저 비현실적이다.
뭐야 이거... 초현실주의 그림???
이제 다 온 줄 알았는데, 5100미터 고지에서 다시 분지로 내려가서 호수 옆을 빙 돌아 달려간다. 방문자들에게 개방된 구역은 호수 전체로 치자면 아주 작은 땅이다. 그곳까지 쭉, 도로 옆에는 거의 텅 빈 평원만 펼쳐져 있다. 가끔 세워진 유목민의 천막이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준다. 호수도 그 위 하늘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사진을 보면서 또 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그 말을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마침내 천막촌이 나온다.
주위 산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그래도 호수는...
012
바다... 였다. 천막촌을 지나 물가에 가자마자 네 사람 다 한 목소리로 한 말이 그거였다. 이건 바다잖아! 나중에야 3분의 1밖에 못본 걸 알았지만, 그 위치에서 보이는 한정된 면적만으로도 엄청나게 넓은 물이었다. 주위가 다 산이라는 점만 빼면 영락없이 바다였다. 모래사장이 있었다. 물새들이 있었다. 파도가 쳤다. 게다가 물도 짠물이었다;; (남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염수호'다)
한참 물가에서 추위에 떨며 사진도 찍고 놀다가, 추위를 더 이기지 못하고 천막촌으로 일차 후퇴. 올라가는 길에 새끼양을 안고 가련한 척 하며 돈을 뜯으려드는 말도 못하게 짜증나는 꼬마와 마주쳤지만... 그 이야긴 길게 하고 싶지 않다. 전날 남쵸에 갔던 사람들로부터 그 아이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이미 들었건만, 우는 시늉까지 하는 데엔 정말이지 질려버렸다.
천막촌 끄트머리 천막에 들어가서 티엔차 한 주전자를 사서 마셨다. 천막 뒤켠은 살림집이었다. 말린 야크똥을 집어넣은 화로에 계속 물을 끓이고, 여자 둘이 일하는 와중에 구석에서는 마작판이 벌어졌다. 우리가 추위 때문에 멍한 상태로 차를 마시고 있자 말도 못하게 꼬질꼬질한 아이가 우리 앞에 와서 앉더니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특별히 뭘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꼬질꼬질한데도 웃는 모습이 말도 못하게 예뻐서 뭔가 주고 싶어졌다. ㅁㅈ이가 가지고 있던 비타민C를 내밀자 혀만 대어보더니 마땅찮은 얼굴로 먹는다.
잠시 쉬다가 날이 개고 나서 다시 호숫가로 나갔다. 이번에는 자고 일어난 ㅈ이도 합류. 하늘이 갰을 때 남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그냥, 할 말이 없다.
0123
증명사진?-_-;;;
다음날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