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운남
운남] 7. 얼하이호
askalai
2007. 2. 9. 05:25
얼하이 호... 밑에 보이는 주황색 장난감 같은 게 배다.
1월 22일 12시. 대리 고성 안으로 돌아가서 얼하이호 보트 선착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값은 1위안. 여기 저기 장이 서는 월요일이라 그런지 버스가 북문으로 향하는 길에 시장이 북적이고 있었고, S님과 나는 점심 겸 간식으로 사온 만두를 먹으며 평화로이 창밖을 보았다. 계획대로라면 청경각과 금사도를 오가는 1시 배에 탈 수 있을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계획대로라면.
실제 배를 탄 것은 2시였다. 여행사로 오라던 아줌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끼리 버스를 타고 간 게 화근이었다. 어차피 픽업해주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라고 생각했더니, 선착장보다 표를 싸게 파는 대신 여행사와 선착장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어, 안내인이 따라붙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처음에 안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사기당했나 철렁하기도 했고 겨우 분위기 파악을 한 다음에도 기분은 좋지 않았다.
어쨌거나 왔다갔다 해서 해결하고, 배 앞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호수를 보려니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한 가지 부연설명. 우리가 간 금사도-천경각 라인은 대부분의 한국 여행자와 다른 코스다. 대개는 No.3 게스트하우스에서 모집하는 남조풍정도(섬 이름이다) 1박 2일 투어로 빠진다. 오후에 호수를 건너 섬으로 가서 일몰을 보고 바비큐 파티를 하는 이 투어가 워낙 명성이 자자한 탓이다. 나도 원래는 이 투어에 참여하려고 했었지만, 여강에서 호도협 트레킹을 할 날짜가 여의치 않아 망설이던 차에 곤명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들은 말도 있어서 포기했다. 그 다음에 가능한 것은 호수 주변을 일주하는 1일 투어인데, 이건 너무 빡빡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월요일에 서는 장을 보고 호수를 건너는 것은 천룡팔부 세트장 때문에 희생했다.
해서 가게 된 것은 호수 남쪽에 있는 두 개의 섬...이라지만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천경각이고, 금사도(입장료 3위안)는 섬 주민들을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느낌이 없지 않다.
금사도는 대부분 건물이 이런 식이다. 호수 저편과는 건물도, 할머니들 옷차림도, 말투도 다르다...
금사도에는 한 30분쯤밖에 안있었던 것 같다. 정말 볼 게 별로 없는 작은 섬이었다. 심지어 내리자마자 벌떼같이 몰려든 할머니들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져서-_- 엉뚱한 데로 갔다가(뭐? 허접쓰레기 같은 동굴에 용궁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10위안이나 받으려 들다니!) 그나마 볼만한 사원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할머니들에게 혼이 빠진 나머지 농담삼아 금사도가 아니라 마파도라고 하기도.
천경각. 다가가는 배 위에서 본 모습...
천경각 아래에서
천경각 아래까지 쉬엄쉬엄 올라가면 확 따뜻한 느낌이 들고, 아기자기한 정원에 꽃이 피어있다. 갑자기 겨울이 아니라 봄이 온 느낌. 천경각 옆 벤치에 앉아서 잠시 졸았다.
천경각(天鏡閣)은 관세음보살을 섬기는 전각이다. 내부에 들어가서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어있는데, 크고 작은 관세음보살상에 더하여 벽화도 그려져 있다. 맨 위 전망대는 오히려 앞이 막혀있지만, 그 아래 창으로 내려다보면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호수, 장난감처럼 보이는 배, 아기자기한 아래 정원이 다 보인다. 좋다.
내려다본 공중정원(?)의 모습
괜히 마음에 들어서 찍은 조개껍질 장식품. 바람이 불면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좋다
참, 궈챠오미셴은 어느 여인이 다리건너 섬에서 과거공부 하는 남편에게 따뜻한 식사를 가져다주지 못해 애달파하다가 쉽게 식지 않는 국수를 발명했다더라는 고사가 있는 음식인데, 영어 메뉴에는 cross bridge rice noodle이라고 옮겨놓았다. 한자를 옮긴 게 맞긴 한데 뭔가... -_-;
아무튼 다음날 해뜰녁, 먼저 일어난 김에 마지막으로 대리고성을 한바퀴 돌아보고... 처음으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여강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