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2] 치앙라이
7월 13일 저녁에 치앙라이에 도착, 일단 다음날 저녁에 출발하는 방콕행 야간버스 티켓을 끊고 반 부아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잡았다. 지나치게 넓고 깨끗한 방이 200밧. 실은 150밧짜리 게스트하우스에 갈 생각이었는데 지도 보고 찾지를 못해서(쿨럭) 아무튼 이 숙소는 정말 추천할 만 했다 ^^
아무튼 짐만 풀고, 어차피 종일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기에 곧장 다시 나가서 야시장을 돌아보았다.
야시장 중앙노점에서 파는 대나무 벌레와 귀뚜라미 튀김이 보인다.
한 사람만 더 있었어도 먹어보는 건데, 혼자 다 먹지는 못할 것 같고, 한참 망설이다가 그냥 새우튀김이나 사서 맥주와 함께 먹으며 공연을 감상했다. 꼬치구이도 먹고. 둘 다 치앙마이 야시장보다 훨씬 맛있어서 치앙라이에 대한 평가가 확 올라갔다.
치앙마이만큼 크지 않은 대신 상업적인 냄새도 덜 나는 시장이었다. 소박하면서 활기도 있고. 물건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치앙마이와는 또 다른 것도 재미. 심지어 무료 고산족 공연마저도 치앙마이보다 나았다. 노래 가사가 "Welcome to Thailand, Welcome to land of Fun"인 건 좀 깼지만.
먹고 구경하고 숙소에 들어가서 씻고 엎어져 잤다.
14일. 개운하게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사원 몇 곳을 돌아보았다.
왓 프라 씽- 신성한 사자의 사원. 1300년대 중반 건립이란다. 태국 중부 유적들이 앙코르를 닮았다면 북부 유적들은 버마와 비슷한 편인데, 미얀마에 가본 사람 말로는 도시 전체가 이런 사원으로 가득해서 그걸 보고 나면 태국 사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글쎄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생각하지만.
지도 한 장 들고 걸어다니는 데 축척이 영 이상해서 헤맸다. 아무튼 왓 프라 깨우까지 또 열심히 걸어가서...
에메랄드 불상을 보관하던 사원. 치앙라이에서 제일가는 사원으로 사람이 적은 시간이라 상당히 쾌적했다. 안에 승려 학교가 있어서 등교하는 승려들을 볼 수 있었다.
왓 프라 깨우의 자랑, 에메랄드 불상... 의 복사본인 녹옥 불상은 사진이 썩 잘 나오지 않아서 통과.
신발을 벗고 맨발로 이 앞까지 걸어올라가는 게 기분이 좋다.
역시 왓 프라 깨우
기분은 좋았지만 몸이 또 안좋아졌다. 바로 뚝뚝을 잡아타고 돌아갈까도 했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잠시 쉬고 커피 하나 사서 가까운 왓 프라탓 도이텅까지 올라갔다. 언덕 위라서 전망이 좋다는 소개문에 속아서! 쳇. 강 바로 옆인데도 강은 안보이고 동네만 내려다보이더라.
왓 프라탓 도이텅
아무튼 여기서 또 좀 쉬다가, 뚝뚝을 타긴 했는데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하는 데다가 뒤에 앉아있기가 송구스러울 정도의 할아버지 OTL
조마조마하더라니 아니나다를까 엉뚱한 곳에 내려줬다. 아하하하. 결국 돈 버리고 다시 걸어서 숙소로 돌아갔다.
체크아웃은 12시니까, 잠시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샤워하고 짐을 챙겼다. 주인에게 말해서 저녁 때까지 짐 좀 맡아달라고 하고, 바깥 돌탁자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책을 읽었다. 스위스 태생인데 이곳에서 학교도 안다니고 몇달씩 머문다는 조그만 여자애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네를 타고 풀밭을 뒹굴었다. 심심해 보였다.
하늘이 잠깐 파랗게 갠다 싶더니 책을 다 읽고 슬슬 다시 걸어나갈 무렵에는 컴컴해진다. 아니나다를까, 읽을 책을 찾아 서점을 기웃거리는 사이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이 있어봐야 별 소용이 없는 비라 처마 밑을 서성이다가 일단 까페에 앉았다. 낯선 이국땅 어느 까페에 앉아서 쏟아지는 비를 구경하는데 이렇게 할 일 없는 순간에도 예술혼은 전혀 불타오르지 않았다(...)
비가 그친 다음에는 두 블록쯤 걸어가서 있는 고산족 박물관을 보러 갔다.
고산족 박물관 안에서. 규모가 그렇게 큰 것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놓았더라. NGO 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이다보니 다른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얄팍한 상술에 넘어가서 카렌족 사진을 찍은 나로선 찔릴 만한 인권 문제 이야기가 잔뜩. 하하.
치앙라이 출발이 저녁 7시, 버스를 타고 약 12시간이 걸려서 방콕으로. 방콕 도착 후 시간이 남는다는 이유로 BTS와 보통 버스를 이용해서 2시간 들여 공항 도착. 공항 돌아다니면서 심심하게 3시간을 보내고 비행기를 타서 타이베이까지 날아간 다음, 다시 공항버스를 타고 타이베이 시내에 들어간 것이 무려 저녁 5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