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동남/태국

태국2] 7월 7일-9일, 트레킹

askalai 2005. 10. 2. 20:50



숙소에 살던 고양이. 이녀석 말고 새까만 녀석이 둘 더 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아무리 예뻐도 사진발이 안받는다 -_ㅜ


방콕에서 예약한 치앙마이 트레킹 코스는 1박 2일짜리였다. 이렇게 예약을 하면 방콕->치앙마이 교통편은 아주 싸게 포함시킬 수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카오산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시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당연한 일. 참고로 터미널에선 꽤 괜찮은 야간버스가 다닌다. 기차도 시설좋은 침대칸이 있다... 값은 몇 배 비싸지만. 

7월 7일 밤은 꼬박 버스 안에서 보내야 했다.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12, 13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버스에서 자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트레킹에 나선다는 얘기. 

불편한 버스 좌석에 앉는 순간부터 내가 이짓을 왜하나 생각했다-_-; 

그렇지만 옆에 앉은 케릭 정도는 아니었다. 처음 말을 건 순간부터 내내 "Oh my~"를 연발하던, 쉽게 패닉에 빠지고 쉽게 또 즐거워하던 웨일즈가이 케릭. 한 두 시간 정도는 영화 얘길 나눴고, 버스 안에 달린 작은 TV에선 피치 블랙을 상영했으며, 한밤중엔 케릭이 꼭 쥐고 있던 휴대폰에 런던 테러 소식이 들어왔다. 헉. 걱정은 했지만 계속 그 생각만 할 수는 없는 일. 그 뒤로는 새벽까지 잤다. 

나도 케릭도 치앙마이에 가서 1박 하고 트레킹은 하루 뒤로 미루고 싶었지만, 이 장사 하는 사람들이 호락호락할 리가 없지. 괜히 말을 못알아듣는 척 하면서 오늘 안하면 아예 포기해야 한단다. 그럴 순 없어서 그냥 강행 돌파 하기로 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나중엔 강행하길 잘했다 싶었다. 

일행은 여덟 명. 어쩌다보니 한국인 일곱에 케릭이라는 이상한 구성이 되어버렸다. 첫날 저녁에 재미있게 놀고 나서야 케릭이 말하길, 다들 한국인이라고 해서 일곱 명 일행인 줄 알았단다. 사실은 둘-둘-둘-나 하나에다 모두 처음 만나기는 똑같았는데 말이다. 

아무튼 다들 좋은 사람이라서 트레킹이 아주 즐거웠고, 많이 고마웠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_^





물 속에서 아웅다웅 다투는 새끼코끼리...왼쪽에 펄럭이고 있는 것은 어미의 귀. 

트레킹 코스는 간단하다. 일단 썽태우를 타고 달린다. 시장에 잠시 멈춰서 장을 본다. 달린다. 점심을 먹는다. 코끼리를 타러 간다. 달린다. 차에서 내려서 모두 지팡이 하나씩 골라잡고 산을 오른다. (이 시점에서 나를 포함한 여자 셋이 너무 헉헉대는 바람에 짐을 맡기는 폐를 끼치고 말았다. 하하) 고산족 마을에 도착해서 잔다. 다음날 일어나서 또 걷는다. 고산족 마을을 본다. 뗏목을 탄다. 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간다. 

이게 전부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면... 우리나라 낮은 산이나 비슷한데 계곡도 없고(!) 끈적끈적 덥기만 한 산을 오르면서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절규하고 있었을 때(어쩐지 매번 이럴 때마다 케릭과 합창. 케릭도 내 좋은 웨일즈 산야~ 를 외쳤다) 마침 스콜이 쏟아져서 힘든 가운데에서도 재미있고 유쾌했던 일. 미끄러져 넘어지고 옷도 망쳤지만 그런 일이라도 안당했으면 정말 지겨운 산행이었을 것이다. 


저녁 하늘... 멋지다. 이제야 뭔가 트레킹 비슷한 걸 한 느낌이 난다.

그리고 이 멋진 하늘을 본 숙소 말인데, 고산족 마을이라는 건 뻥이었다. 고산족 마을은 좀 떨어진 곳에 있었고 이건 딱 관광객용으로 지어놓은 목조 오두막이었다. 그래도 시원하고 공기도 좋고, 꽤 즐거웠다. 밤에는 돼지 바베큐를 해서 술도 마시고 (비싼 돈 주고 마을에서 데려온 새끼돼지... 진짜 작고 먹을 것도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에...



돼지바베큐 자르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숙소여서 촛불을 켜고 논 데다가, 가이드와 어울려 신나게 한 게임의 벌칙은 솥단지 검댕 묻히기였다. 사진도 있는데 걸작이다. 하하. 그리고 자기 전엔 일행 중에 있던 프로 마사지사에게 모두 돌아가며 공짜 마사지도 받았다 ^0^

다음날 인상적이었던 건 뗏목 타기. 언젠가 깐차나부리에서 탔던 것 비슷한 뗏목을 생각했는데, 굵은 대나무 속을 비워 대충 엮은 뗏목이었다. 우하. 흔들거리는 뗏목에서 맨발로 일어서보니 스릴있더라. (물에 빠지는 걸 질색하는 나로선 놀라운...(...))



바로 저런 뗏목에 탔다. 너무 급류라고, 잠시 내려서 옆으로 걷다가 다시 타라고 했을 때 급히 찍은 사진. 

기분좋게 트레킹을 끝내고 다른 사람들과 헤어져서 숙소를 잡았다. 문을 연 지 얼마 안된 게스트하우스. 혼자 쓰나 둘이 쓰나 똑같이 150밧, 셋이면 200밧인 널찍한 방. 트레킹을 같이 한, 다음날 방콕으로 돌아간다는 여자애 둘과 하루 같이 방을 쓰기로 했다. 

씻고 쉰 다음, 저녁에는 유명한 치앙마이 야시장을 돌아보았다. 과연 유명할 만 하더라. 잠깐 본다는 게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피곤에 절어서 다음날 늦게까지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