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동남/대만

대만] 예류 - 지룽 - 스린 야시장

askalai 2005. 7. 20. 22:14

특별히 일찍 일어나려던 건 아니었건만, 새벽 6시에 깼다. 조금 멍하긴 하지만 잠도 더 오지 않고 해서 머리를 감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7월 1일. 이날 예정은 타이베이 근교의 바닷가 나들이.

타이베이역 세븐 일레븐에서 오뎅, 계란, 찐 밥(먹어보고 싶었다. 특히 앞의 두 개)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시외버스를 탔다. 일찍부터 움직였다고는 하지만 이래저래 이동시간이 있다보니 예류에 도착했을 땐 태양이 무시무시하게 이글거리고 있다.

...참고로 대만에 있는 동안 내내 날씨는 "낮 최고 기온 35도, 쨍쨍하다 흐림"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예류 도착. 표지판이 그렇게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처음엔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 조금 어리둥절.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면서 길을 물어보고 조용한 항구 마을을 통과해서 공원 입구까지... 찾아갈 때는 꽤 멀게 느껴졌지만, 나중에 다시 나올 때 보니 별로 먼 거리는 아니었다.

아무튼 돌고래 쇼가 유명하다고는 하는데 사람 쇼(...)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마린 랜드를 지나쳐서 특정구 입구로. 입장료 50NT를 내고 표를 받아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내내 태양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정말 사람 체력을 순식간에 쥐어짜는 태양이었다 -_-



예류 공원... 훗. 이 풍경은 무척 정상적이지만.



사실 여긴 이런 것들이 있는 곳. 기암괴석치고도 뭐랄까... 햇볕도 쨍쨍한 데다 흙색깔도 이상해서, 사람들만 없으면 어디 다른 별에 와 있는 것 같다. 위 사진의 바위들은 초코송이를 연상시킨다.


친구 카메라로 같은 곳을 찍었을 때와 색깔차가 좀 큰 것이; 내 카메라의 붉은 기를 좀 보정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여기 처음 봤을 때 내 느낌은 "화성이다!" 였기 때문에 그냥 뒀다 ^^ (사실은 귀찮았...)



이건 여기서 제일 유명한 여왕바위.



코끼리바위. 보는 각도에 따라서다 이건.



위의 두 개와 달리 어느 각도에서 보나 절대 슬리퍼처럼 보이는 바위. 책자에서는 이걸 '선녀의 신발'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화장실 슬리퍼다(...)



해상공원이 꽤 넓어서, 저 멀리 동굴도 보이고 뭐 이래저래 돌자면 한나절일 터였으나... 정말... 끔찍하게 뜨거웠다. 더운 게 아니라 뜨거웠다. 이글이글이글이글 -_- 양산을 써도 눈을 잘 못뜰 정도로 눈부신 햇살. (반사되어서 더 그랬던 듯)

너무 지쳐버려서 이런저런 전망대나 동굴은 다 포기하고 위의 바위들이 있는 1구역만 보고서 후퇴해야 했다. 아니, 후퇴해서 출구까지 돌아가는 길조차 장난이 아니었다. 커헉.

*


출구는 입구와 달라서 각종 어포류와 음료수 등을 파는 시장이 연결되어 있다... 워낙 더웠기 때문에 사가지고 들어갔던 음료수는 거의 다 끝났고, 새로 시원한 음료수를 하나 샀다. 물론, 쥐포와 오징어류를 사랑하는 내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쳤을 리 만무... 시식을 좀 해보고 쥐포도 샀다. 제길.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또 먹고 싶다! 관광여행이었다면 그 쥐포를 더 사가지고 왔을 텐데 ㅠ_ㅠ

아까 공원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면 휴게소 겸 안내소가 있다. 그리 들어가서 좀 쉬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진산은 해수욕장밖에 없을 것 같으니 지룽에 가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버스 내린 곳까지 돌아가서 지룽으로. Keelung이라고도 하는 이 항구 도시는 한때 국제적인 명성을 누렸다는 곳인데... 특이한 느낌이었다. 시내 중심가에서 무턱대고 들어가서 식사를 대충 해결하고(짜장밥 같은 건 괜찮았지만 고기 덮밥은 꽝이었다 Onz) 타이베이 돌아가는 차편을 알아본 다음, 중정 공원이냐 셴둥옌이냐 고민하다가 셴둥옌으로.



셴둥옌(선동암). 설명에는 분명히 "해식으로 독특한 경치를 이룬 거대한 바위에 선인이라도 살고 있는 듯한 동굴이 세 개 있다"고 되어 있건만 가본 바에 따르면...... 그냥 동네 절이다;; 아, 그래도 들어가보면 천연 동굴 벽에 조각도 해놓고 해서 돌아볼 만은 했다. 어떤 면에서는 관광지로 조성된 곳이 아니라는 장점도 있고.

그러나 여길 보고 나니 의욕 저하. 아니, 사실은 예류에서 더위에 시달리고나서 계속 정신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단 버스를 타고 타이베이로 돌아갔다.

비가 오고 있었다.

비오는 동안 신광모톈(46층짜리. 타이베이 101이 완성되기 전에는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함) 건물 안에 있는 백화점 안을 휘적거리고 돌아다니다가... 비가 그친 다음, 스린 야시장으로 향했다.



오호라. 스린 야시장은 명성만큼이나 재미있는 곳이었다! 우선 간 곳은 온갖 먹거리와 게임(붕어 건지기도 있다)들이 있는 포장마차 모듬 건물. 여기서 싸고 맛있는 스테이크 - 뉴파이를 먹고, 과일주스를 사들고 기웃거리며 게임도 좀 해보고, 나가서 수많은 노점이 늘어서 있는 길거리를 헤매다녔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더라. 쇼핑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야시장은 돌아보는 맛이 있는지라, 체력이 안따라줘서 10시도 안되어 후퇴하려니 아쉽기 그지없었다.

확실히 이런 더운 동네는 오전에 좀 돌아다니고, 낮에 쉬고 체력을 회복해서 저녁 때 야시장을 돌아다녀야 하는 건데... 정말이지 낮에 에어컨이 안도는 숙소라는 게 치명타였다는-_-a

아무튼 녹초가 되어 숙소로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