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본섬 서쪽-긴키, 주고쿠
[일본여행] 아홉날, 히메지와 고베, 그리고 다시 교토로
askalai
2002. 12. 1. 21:28
7월 20일
원래 계획은 오사카에 떠날 때까지 머물면서 히메지와 고베, 나라를 왕복하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앞쪽에 써놓은 대로 J양과 나는 오사카에 도착하자마자부터 교토로 돌아가고 싶었고, 이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짐을 싸들고 나와서 타니 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자리를 예약했다. 그리고 우메다 역으로 가서 코인 라커에 가방을 넣고, 9시 48분 히메지 행이라고 쓰여 있는 한신 전철을 탔다.
나라는 교토에서도 갈 수 있지만, 교토에서부터 히메지는 너무 멀다. 그러니까 나름대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뭐, 우메다역과 남바역, 도톰보리를 다 찍고 지나간 셈이니까 오사카에 더 볼 일도 없고(...라고 말하면 너무 심한가?) 여하튼 그래서 간사이 패스 3일권을 두번째로 써서 히메지까지 갔다. 생각보다 교통비가 더 비싸게 나와서, 패스 없이 버틴 J양에게는 타격이 좀 있었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히메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교토로 돌아간다는 결정 때문에 시간이 늦어져서 12시가 다 되어 히메지에 떨어진 것부터가 문제였고, 기대가 너무 컸고, 비교해 보았으면 좋았을 오사카 성을 아예 보지 않았으며, 교토를(그리고 니죠죠를) 먼저 보는 바람에 빛이 바랬고, 날이 너무 더웠다. 뭐, 그래도 금각사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사진 하나는 끝내준다(...)
흠흠. 아무튼 실망한 이유를 저렇게나 길게 늘어놓고 설명을 붙이기도 좀 멋적지만 그렇다고 히메지 성이 볼 거리가 없는 곳이라는 건 아니다. 히메지(姬路)성은 일본의 3대 명성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문화유산이고 옛 형태를 제일 잘 유지하고 있는 성이기도 하다. 원래 14세기에 이 지방의 호족이 세웠던 성을 17세기 이케다(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위)가 맡아 개축했다고 하는 역사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마루나 좁은 계단, 창문 등이 전술적인 이유대로 배치되어 있고 여러 가지 유물도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제법 되는 데다가, 5층 높이에 있는 천수각에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히메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이쯤 쓰면 꽤 괜찮게 들리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히메지 역을 나서서, 성까지만도 20분쯤 걸어가야 한다. 게다가 성 안은 지붕이 있다고는 해도 조금도!! 시원하지가 않다. 창문이 좁아서 바람도 그리 잘 통하지 않는다. 역 도착시간 12시. 점심 먹고 출발했으니 1시부터 4시까지 -- 여름 최악의 시간대에 돌아다닌 것이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나빠서, 덥기로는 더 더웠던 그 다음날의 나라보다도 이 날이 더 죽을 것 같았다 --;; 당연히 눈에 들어오는 게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뭐, 여하튼 그래도 볼 건 다 봤고, 히데요리와 결혼한 센히메의 모습을 따서 만든 인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천수각에서 맞는 바람도 좋았고. 녹초가 되어 밖으로 나가서는 잠시 쉬면서 녹차 팥빙수를 먹고...교토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빡빡한지라, 그리고서 바로 고베로 향했다.
고베는 사실 오사카와 히메지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까 오사카로 돌아가는 길 중간에 있는 셈. 고베도 보려면 하루를 소모해야 할 곳이었지만 다른 것은 포기하고 차이나 타운과 야경만 목적으로 삼았다. 고베 도착 5시. 곧장 나가서 바로 쇼핑가를 지나 차이나타운(난낀마찌)로 들어섰다. 고베는 쾌적하고 깨끗하다는 인상이 강한 도시인데다가, 마침 시간도 슬슬 서늘해질 만한 시간이었고, 차안에서 정신없이 잔 덕분에 어느 정도 기운도 회복해서 즐겁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아무래도 교토 쪽에서는 대체로 아침에 열심히- 점심에 뻗음 - 저녁에 다시 열심히 패턴이었던 것 같다. 난 햇볕에 약하단 말이다 --;;)
차이나 타운이라면 요코하마에서도 가봤지만, 고베의 차이나 타운은 또 다른 분위기였다. 요코하마에서는 밤의 차이나 타운을 보지 못해서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인 인상으로는 고베의 차이나 타운 쪽이 훨씬 근사했다. 우선 앞에 서 있는 문부터가 요코하마보다 크고 화려한 데다가, 커다란 음식점과 거리에서 파는 온갖 먹거리가 정말 눈을 혹하게 한다. 요코하마의 명물인 초대형 만두는 없었지만 그 대신 그곳에서 보지 못한 게 튀김과 소면 등의 주전부리가 즐비. 우선 동그란 떡에 깨를 묻힌 당고를 하나씩 물고, 크기가 좀 작은 만두를 먹고...돌아서는데 바로 코앞에 관광책에 나와있던 유명한 만두집 '로쇼끼'의 간판이 턱 하니 걸려 있었다. 이런, 눈이 웬수지 --;;
만두도 먹었으면서 굳이 그걸 먹어보겠노라고 1인분을 샀는데...이게 왠걸. 느끼하고 맛없었다! 괜히 그런 걸 먹느라 배가 차서 다른 간식을 못 사 먹은 게 원통할 따름이다. 유명세가 꼭 맛으로 통하는 건 아닌가 보다. --+ (...그래도 이상한 건, 손님이 무지 많았다는 것...이 사람들 입맛에는 이게 맛있나??)
여하튼 그렇게 차이나 타운을 한 바퀴 돌고 바로 야경을 보러 메리껜 파크로. 고베 하버랜드의 전경은 정말 멋있었다.
이걸로 일본의 항구 야경을 세 번째 보는 셈이지만, 고베도 전혀 빠지지 않았다. 관람차만은 요코하마다 오다이바보다 못했지만,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무슨 날인 건지 공원에 음식 파는 포장마차가 죽 늘어서 있고 한쪽에서는 남미풍의 음악에 맞춰 '고베 댄스 경연'이 열리고 있고...아,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게다가 차이나 타운도 어두워지면서 색색깔의 등을 밝혀 이거야말로 차이나 타운의 진가! 라는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교토로 돌아가자면 세 시간은 잡고 출발해야 했으니...서서히 어두워지는 데 돌아서기가 어찌나 아깝던지. 후일 다시 일본에 오면 아예 고베에 1박을 하리라 결심하며 오사카로, 다시 짐을 찾아들고 교토로, 그리고 타니 하우스로.
......하루만에 돌아간 교토가 너무나 친숙하고 반가웠다. 고베의 야경은 아까웠지만, 그래도 돌아오길 잘했어 ㅜ_ㅜ 하고 눈물을 흘리며 타니 하우스로. 이번에는 침대방이 다 차서 다다미 방으로 옮겼는데, 마침 전날보다 날씨가 더워져서 에어컨이 있는 이쪽 방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으로...
원래 계획은 오사카에 떠날 때까지 머물면서 히메지와 고베, 나라를 왕복하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앞쪽에 써놓은 대로 J양과 나는 오사카에 도착하자마자부터 교토로 돌아가고 싶었고, 이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짐을 싸들고 나와서 타니 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자리를 예약했다. 그리고 우메다 역으로 가서 코인 라커에 가방을 넣고, 9시 48분 히메지 행이라고 쓰여 있는 한신 전철을 탔다.
나라는 교토에서도 갈 수 있지만, 교토에서부터 히메지는 너무 멀다. 그러니까 나름대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뭐, 우메다역과 남바역, 도톰보리를 다 찍고 지나간 셈이니까 오사카에 더 볼 일도 없고(...라고 말하면 너무 심한가?) 여하튼 그래서 간사이 패스 3일권을 두번째로 써서 히메지까지 갔다. 생각보다 교통비가 더 비싸게 나와서, 패스 없이 버틴 J양에게는 타격이 좀 있었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히메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교토로 돌아간다는 결정 때문에 시간이 늦어져서 12시가 다 되어 히메지에 떨어진 것부터가 문제였고, 기대가 너무 컸고, 비교해 보았으면 좋았을 오사카 성을 아예 보지 않았으며, 교토를(그리고 니죠죠를) 먼저 보는 바람에 빛이 바랬고, 날이 너무 더웠다. 뭐, 그래도 금각사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사진 하나는 끝내준다(...)
흠흠. 아무튼 실망한 이유를 저렇게나 길게 늘어놓고 설명을 붙이기도 좀 멋적지만 그렇다고 히메지 성이 볼 거리가 없는 곳이라는 건 아니다. 히메지(姬路)성은 일본의 3대 명성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문화유산이고 옛 형태를 제일 잘 유지하고 있는 성이기도 하다. 원래 14세기에 이 지방의 호족이 세웠던 성을 17세기 이케다(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위)가 맡아 개축했다고 하는 역사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마루나 좁은 계단, 창문 등이 전술적인 이유대로 배치되어 있고 여러 가지 유물도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제법 되는 데다가, 5층 높이에 있는 천수각에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히메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이쯤 쓰면 꽤 괜찮게 들리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히메지 역을 나서서, 성까지만도 20분쯤 걸어가야 한다. 게다가 성 안은 지붕이 있다고는 해도 조금도!! 시원하지가 않다. 창문이 좁아서 바람도 그리 잘 통하지 않는다. 역 도착시간 12시. 점심 먹고 출발했으니 1시부터 4시까지 -- 여름 최악의 시간대에 돌아다닌 것이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나빠서, 덥기로는 더 더웠던 그 다음날의 나라보다도 이 날이 더 죽을 것 같았다 --;; 당연히 눈에 들어오는 게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뭐, 여하튼 그래도 볼 건 다 봤고, 히데요리와 결혼한 센히메의 모습을 따서 만든 인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천수각에서 맞는 바람도 좋았고. 녹초가 되어 밖으로 나가서는 잠시 쉬면서 녹차 팥빙수를 먹고...교토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빡빡한지라, 그리고서 바로 고베로 향했다.
고베는 사실 오사카와 히메지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까 오사카로 돌아가는 길 중간에 있는 셈. 고베도 보려면 하루를 소모해야 할 곳이었지만 다른 것은 포기하고 차이나 타운과 야경만 목적으로 삼았다. 고베 도착 5시. 곧장 나가서 바로 쇼핑가를 지나 차이나타운(난낀마찌)로 들어섰다. 고베는 쾌적하고 깨끗하다는 인상이 강한 도시인데다가, 마침 시간도 슬슬 서늘해질 만한 시간이었고, 차안에서 정신없이 잔 덕분에 어느 정도 기운도 회복해서 즐겁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아무래도 교토 쪽에서는 대체로 아침에 열심히- 점심에 뻗음 - 저녁에 다시 열심히 패턴이었던 것 같다. 난 햇볕에 약하단 말이다 --;;)
차이나 타운이라면 요코하마에서도 가봤지만, 고베의 차이나 타운은 또 다른 분위기였다. 요코하마에서는 밤의 차이나 타운을 보지 못해서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인 인상으로는 고베의 차이나 타운 쪽이 훨씬 근사했다. 우선 앞에 서 있는 문부터가 요코하마보다 크고 화려한 데다가, 커다란 음식점과 거리에서 파는 온갖 먹거리가 정말 눈을 혹하게 한다. 요코하마의 명물인 초대형 만두는 없었지만 그 대신 그곳에서 보지 못한 게 튀김과 소면 등의 주전부리가 즐비. 우선 동그란 떡에 깨를 묻힌 당고를 하나씩 물고, 크기가 좀 작은 만두를 먹고...돌아서는데 바로 코앞에 관광책에 나와있던 유명한 만두집 '로쇼끼'의 간판이 턱 하니 걸려 있었다. 이런, 눈이 웬수지 --;;
만두도 먹었으면서 굳이 그걸 먹어보겠노라고 1인분을 샀는데...이게 왠걸. 느끼하고 맛없었다! 괜히 그런 걸 먹느라 배가 차서 다른 간식을 못 사 먹은 게 원통할 따름이다. 유명세가 꼭 맛으로 통하는 건 아닌가 보다. --+ (...그래도 이상한 건, 손님이 무지 많았다는 것...이 사람들 입맛에는 이게 맛있나??)
여하튼 그렇게 차이나 타운을 한 바퀴 돌고 바로 야경을 보러 메리껜 파크로. 고베 하버랜드의 전경은 정말 멋있었다.
이걸로 일본의 항구 야경을 세 번째 보는 셈이지만, 고베도 전혀 빠지지 않았다. 관람차만은 요코하마다 오다이바보다 못했지만,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무슨 날인 건지 공원에 음식 파는 포장마차가 죽 늘어서 있고 한쪽에서는 남미풍의 음악에 맞춰 '고베 댄스 경연'이 열리고 있고...아,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게다가 차이나 타운도 어두워지면서 색색깔의 등을 밝혀 이거야말로 차이나 타운의 진가! 라는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교토로 돌아가자면 세 시간은 잡고 출발해야 했으니...서서히 어두워지는 데 돌아서기가 어찌나 아깝던지. 후일 다시 일본에 오면 아예 고베에 1박을 하리라 결심하며 오사카로, 다시 짐을 찾아들고 교토로, 그리고 타니 하우스로.
......하루만에 돌아간 교토가 너무나 친숙하고 반가웠다. 고베의 야경은 아까웠지만, 그래도 돌아오길 잘했어 ㅜ_ㅜ 하고 눈물을 흘리며 타니 하우스로. 이번에는 침대방이 다 차서 다다미 방으로 옮겼는데, 마침 전날보다 날씨가 더워져서 에어컨이 있는 이쪽 방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