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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코 야끼카레

일본/큐슈

by askalai 2016. 1. 2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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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충동적으로 기차를 타고 모지코(모지 항)에 내리니 오후 1시 20분. 칸몬해협이라는 좁은 바다 건너. 일본 본섬(혼슈)의 최남단인 시모노세키가 보이는 작은 항구도시다. 더 북쪽이고 항구라 더 추울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고쿠라보다 따뜻했다. 아깝게도 여기에서 보고 싶었던 백년 된 철도역 건물은 보수공사 중이었지만, 장난감처럼 귀여운 서양식 건물들이 흩어져 있어 항구 근처를 슬슬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좋다. 


시간은 딱 점심 시간이지만 배가 고프지 않아서 산책 먼저. 우선 눈에 띄는대로 다리를 건너서 모지코 레트로 전망대부터 가봤다.  







시간을 잘 맞추면 이 다리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금 걸으면 나오는 레트로 전망대에서 31층으로 바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망대에 내린다. 입장료 300엔. 










일명 '레트로 지역'이라고 불리는 이 근처 보이는 유럽식 건물들은 실제 유럽 마을 같다기보다는 드라마 세트장 같지만, 다 실제 세관, 상관, 클럽 등으로 쓰였던 건물로 100년이 좀 안되는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은 식당, 쇼핑몰 등으로 쓰이고 있다. 옛날 오사카를 오가던 상선도 하나 정박해 두었는데, 선상 레스토랑으로 이용.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대체로 훌륭한 미감을 자랑하는 일본이지만 동시에 한국을 웃도는 괴이한 감각도 함께 볼 수 있으니, 이런 게 좋은 예... 



굳이 배를 분홍색으로 칠한다던가... 



개항기에 바나나 수입 중심지였다고 만들어놓은 바나나맨...

진심... 괴상하다. 이걸 집어넣으면 풍경이 전혀 달라지는데... ㅋㅋㅋ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라고 상가에 세워둔 테디베어 트리. 어쩐지 요츠바랑 만화가 생각난다. 



관광 진흥을 위해 '낭만의 모지코' '모지코 레트로'를 열심히 선전하는 만큼, 여기만의 관광상품도 많다. 각종 바나나 빵과 과자, 항구 특색을 살린 오뎅과 어포(복어포를 보고 신기해서 하나 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고급스럽게 맛있다. 나중에 또 기회가 오면 의심하지 말고 여러 개 사 와야지) 등도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모지코가 자랑하는 명물은 야끼카레(구운 카레) 요리. 모지코 역 관광안내소에서 마을 지도와 함께 '야끼카레 지도'도 주는데, 각기 다른 특색을 자랑하는 가게가 스무 개 이상 실려 있다. 역시 명물이 없으면 만들어내는 일본. 어딜 갈까 들여다보다가 결국 가게 된 곳은 아래 사진의 작은 카페. 상호명은 ドルチェ도루체...돌체인 듯 하다. 



알고보니 여기는 야끼카레보다 도넛으로 더 유명한 모양. 주문하고 앉아서 기다리며 살피다보니 아래 사진처럼 진열되어 있고... 야끼카레 도넛(160엔)은 일본 농수산장관상 수상작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하나 사와서 나중에 먹었는데, 놀랍게도 진짜 카레맛이고 카레맛 도넛인 주제에 맛있다. 정말이다. 









이 집의 야끼카레는 그야말로 기본형. 도자기 그릇에 카레라이스를 담고 치즈를 듬뿍 얹어서 오븐에 구웠고, 특별한 재료를 넣지 않았다. 그래도 생각 이상으로 맛있어서 싹 비웠다. 단점이라면, 좀 짜다. (일본음식이 짤 때는 한국음식보다 더 짜다는 느낌) 가격은 850엔. 



날이 흐리고 다시 비가 올 기세라 실제 시간보다 더 저녁때 같은 오후. 3시 36분 하카타행 보통 열차를 타고 바로 다다음 역인 모지 역에 내려서 온천을 하고 후쿠오카로 돌아갔다. 기타큐슈 관광안내에 친절하게 실린, 모지 역에서 멀지 않은 온천 라쿠노유. 노천온천 포함 십여 개의 탕이 있고 분위기도 좋다. 입욕비 750엔. 원래는 온천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움직이는 바람에 수건대여까지 해야 했지만, 하루종일 찬바람에 떤 후라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제야 겨우 이온음료나 최소 500밀리 이상의 물을 들고 들어가서 수시로 마시고, 한 번에 입욕 시간을 5분 이하로 하도록 조심한다는 기본적인 규칙(!!)을 익혔다. 후. 








라쿠노유 외관. 바다를 보면서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다. 



온천하고 몸이 따뜻해져서 기분좋게 바닷가를 걸어 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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